📅 이 리포트는 2026-10-22 작성 · 수치는 각 인터뷰 발언 당시 기준입니다.

네 개의 인터뷰, 한 편의 이야기 · 2026년 가을

9조 달러짜리
공사판에서

AI 데이터센터는 이제 반도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돈을 어디서 끌어오느냐, 전기를 어디서 끌어오느냐, 그리고 이 거대한 베팅이 빗나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느냐의 이야기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구글의 전기를 책임지는 아만다 피터슨 코리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채권 명가 핌코의 댄 아이바신. 비슷한 시기 서로 다른 무대에서 나온 네 사람의 말을, 돈 → 전기 → 나라 → 상상력의 순서로 이어 붙였다.

30초 요약

  1. 주장AI 빌드아웃은 이제 돈과 전기의 문제다. 핑크는 7~9조 달러의 자금 수요가 재정적자와 부딪혀 장기금리(기간 프리미엄)를 밀어 올린다고, 다이먼은 AI 지출이 당장은 인플레이션 요인이라고 본다.
  2. 검증구글은 "인프라 비용을 100% 우리가 낸다"는 모델로 미네소타 11억 달러, 조지아 9억 달러의 요금 절감을 내세운다. 반면 아이바신은 2007년, 옳은 방향을 보고도 결과의 폭을 과소평가해 돈을 잃었던 경험을 꺼내며 AI에도 같은 함정이 있다고 경고한다.
  3. 액션AI를 반도체 한 축으로만 보지 말고 장기금리·전력 인프라(송전·저장·원전 증설)·사이버를 한 묶음으로 볼 것. 그리고 확신이 있어도 버틸 시간과 자본이 없으면 진다는 것을 기억할 것.
01돈

자본을 두고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래리 핑크블랙록 회장 겸 CEO독일, 미 중간선거 일주일 전원본 영상

금리가 어디로 갈 것 같냐는 첫 질문에, 핑크는 숫자 대신 '경쟁'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지난주 기고문에도 썼지만, 지금 자본을 두고 어마어마한 경쟁이 붙었어요." 미국 연방 재정적자가 몇 년째 쌓인 효과가 드디어 드러나기 시작했고,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도 불어난 적자가 민간 투자를 밀어내는 이른바 '구축 효과'가 보인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와중에 민간 자본의 빗장까지 풀리고 있다. "제 직업 인생을 통틀어 이렇게 큰 자본 경쟁은 처음 봅니다."

가장 큰 손님은 AI다.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만 해도 AI 주도권을 지키는 구축에 7조~9조 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돈이 재정적자를 메울 돈 위에 그대로 얹힌다. 결론은 간단했다. 장기채를 들고 있는 대가로 투자자가 요구하는 웃돈, 즉 기간 프리미엄이 올라가고 있고 앞으로 더 오를 거라는 것.

그림 1 · 자본의 줄다리기

같은 돈줄에 매달린 두 개의 거대한 수요

연방 재정적자 누적 효과가 이제 드러나는 중 AI 구축 자금 미국에서만 7조~9조 달러 한정된 장기 자본 기간 프리미엄 ↑ 장기금리 상승 압력 "앞으로 더 높아질 것" + 풀려나기 시작한 민간 자본의 투자 수요 "직업 인생 통틀어 가장 큰 자본 경쟁"

핑크의 발언을 구조로 옮긴 개념도. 화살표 굵기에 정량적 의미는 없다.

그런데 여기서 그는 방향을 한 번 비튼다. 사람들은 데이터센터 투자가 물가를 자극할까 걱정하지만, 핑크의 계산은 반대였다. "짓지 않으면 오히려 더 인플레이션적이에요. 지금 연산 비용이 워낙 비싸거든요. 빨리 지어서 연산 능력을 늘릴수록 비용을 더 빨리 끌어내릴 수 있어요."

그림 2 · 핑크의 역설

짓지 않는 쪽이 더 비싸다

구축이 늦어지면

  1. 데이터센터 착공 지연 · 유예
  2. 연산(컴퓨트) 공급 부족
  3. 연산 비용 고공행진
  4. AI를 쓰는 모든 산업의 비용 상승 → 인플레 압력

빨리 지으면

  1. 데이터센터 증설
  2. 연산 공급 확대
  3. 연산 단가 하락
  4. "더 빨리 비용을 끌어내릴 수 있다" → 디스인플레

3장의 다이먼은 같은 문제를 시차로 본다. 지금은 사람·철강·시멘트를 쓰는 '지출'이라 약간 인플레이션적이고, 효과가 나타나는 건 그다음이라는 것. 두 사람은 방향이 아니라 타이밍을 두고 다르게 말한다.

단기적으로 사람들이 동네에 들어서는 데이터센터를 두려워하는 건 그래서 아이러니라고 했다. "상당 부분은 잘못된 정보예요. 하지만 빅테크와 건설사들도 지역사회 하나하나와 훨씬 더 잘 지내야 합니다."

진행자가 한 발 더 들어갔다. 지난주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모라토리엄)가 나라를 경기침체로 몰 수 있다고 했는데, 미국이 정말 그 정도로 의존하고 있느냐고. 핑크는 지금 미국 경제의 약 3분의 2가 클라우드든 AI든 경쟁력 유지용이든 기술 설비투자로 움직이고 있다고 답했다.* "이 구축을 늦추면 경제가 정말 위태로워집니다. 여기서 안 짓는다는 건, 다른 데서 짓는다는 뜻이에요."

* 발언 그대로는 '경제의 3분의 2'지만, 문맥상 'GDP 성장 기여분의 3분의 2'로 읽는 편이 자연스럽다.

그림 3 · 미국 밖의 후보지

"미국에서 못 지으면 캐나다에서 짓겠죠"

캐나다

1년

마크 카니 정부가 약 한 달 전 인허가 개혁을 단행했다. 연방·주·지방 인허가를 1년 안에 끝낸다. 노바스코샤·뉴펀들랜드에 재생에너지 20GW를 짓는 구상도 나왔다.

인도

목적지 선언

데이터센터가 모여드는 목적지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아부다비

대형 허브

"아주 큰 목적지가 될 겁니다." 핑크의 표현 그대로다.

핑크의 결론: "미국이 이 기술의 리더로 남으려면 연산과 추론에서도 우리 땅에서 앞서야 합니다."

중간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정치적 교착이 에너지와 데이터센터를 막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의외로 정치인들 편을 들었다. "데이터센터를 지을 거면 전력은 스스로 확보하라는 정치인들 말이 맞아요. 지역사회에 부담을 떠넘겨선 안 됩니다." 동네 물을 다 끌어다 쓰지 않는 폐쇄형 냉각수처럼 최신 기술을 써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걸 제대로 다루면 교착도 덜할 거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숙제를 실제로 풀고 있는 사람이 2장의 주인공이다.

선거 이후에 대한 바람은 정책보다 분위기에 가까웠다. 지금 선거는 미래에 대한 공포, 그러니까 아이들의 일자리와 물가, 식료품값, 집값에 대한 불안이 지배하고 있다고 했다. "다들 '내가 어쩔 수 없다, 답답하다, 무섭다'고 해요. 선거가 끝나면 각 지역에 가서 왜 나아질 건지, 우리가 뭘 할 건지 말해줘야 합니다. 그걸 해낸다면 미국의 성장은 어느 때보다 단단할 거예요."

시장을 열흘 비웠을 뿐인데

블랙록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느냐는 질문에 핑크는 시장의 등락을 단칼에 잘랐다. "시장이 오늘 뭘 하든 신경 안 씁니다. 오르내림엔 아예 관심이 없어요. 진짜 노이즈거든요." 그가 사람들에게 즐겨 들려준다는 숫자가 이어졌다.

그림 4 · S&P 500, 지난 25년

1만 달러를 넣고 25년 휴가를 떠났다면

연 수익률(11%·6%·마이너스)과 '약 6,300거래일 중 40일'은 핑크의 발언. 1만 달러 기준 금액은 그 수익률을 25년 복리로 단순 환산한 값이다. 점선은 원금 1만 달러 위치. 40일 놓친 경우의 정확한 수익률은 언급되지 않아 막대 길이는 상징적으로만 표시했다.

다만 채권은 예외였다. "글로벌 국채 금리에는 경보음이 울리고 있어요.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를 날이 옵니다. '연방정부, 정신 차려라, 적자가 진짜 큰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고 깜빡이는 신호죠." 정치인들에게 늘 하는 말도 같다. 부채비율이 줄어들려면 경제가 매년 3%씩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처방은 나라마다 다르다고 했다.

그림 5 · 나라별 처방전

GDP 대비 부채, 그리고 핑크가 각국 정부에 하고 싶은 말

미국

성장률 목표 3%

부채비율을 줄이려면 매년 3% 성장. 다이먼도, 베선트 재무장관도 같은 숫자를 말한다(3장).

독일

부채비율 60%

여유가 있다. "재정 부양을 조금 더 하라고 하겠어요." 실제로 GDP가 오르기 시작했다.

일본

부채비율 230%

빠른 고령화까지. "로봇과 AI를 어느 나라보다 빨리 받아들이면 성장으로 부채 문제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게이지는 230%를 가득 찬 상태로 놓고 비례 표시. 수치는 핑크의 발언 그대로다.

지난 실적 발표에서 "대형 거래를 진행 중"이라고 해 화제가 된 건 무슨 얘기였을까. 핑크는 회사 역사상 가장 깊은 대화들이 오가고 있다며 두 갈래를 꼽았다. 하이퍼스케일러와의 데이터센터 금융, 그리고 기업들이 직원과의 신뢰를 다시 쌓도록 돕는 일이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만 가진 노동자들은 은퇴하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른다. 그래서 은퇴 후에도 월급처럼 돈이 나오는 '라이프패스 페이체크'를 만들었고, 이게 DC형의 기본 상품이 될 거라고 했다. 네덜란드가 정부 주도 확정급여(DB)형에서 DC형으로 옮겨 가는 800억 달러 규모 전환에서도 블랙록이 우선 사업자로 선정됐다.

AI가 사회를 바꿀 거라는 걱정엔 스마트폰 얘기로 답했다. 스마트폰이 일상이 된 게 2012년 무렵인데, 지금은 평생 가장 중요한 기기가 됐다. 케냐 오지에서도 스타링크로 세계 어디와든 대화할 수 있다. "다 축복이에요. 우리는 그 축복에 대해 충분히 말하지 않아요." 마지막은 노동이었다. 미국도 독일도 실업률이 4% 안팎인데 숙련 인력은 크게 모자란다. 미국·케냐에 이어 독일에서도 인력 양성 프로그램 '퓨처 빌더스'를 시작한 이유다.

"이민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로봇과 AI를 더 빨리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래리 핑크

핑크가 "빅테크가 지역사회와 더 잘 지내야 한다"고 했을 때,
그 숙제를 실제로 푸는 사람은 구글의 전기 담당이었다.

02전기

우리 전기값은 우리가 낸다

아만다 피터슨 코리오구글 데이터센터 에너지 글로벌 총괄원본 영상

그녀가 구글 에너지팀에 합류했을 때 팀원은 다섯 명이었다. "제가 다섯 번째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전 세계에 150명이 넘는다. 25년 전력업계 경력 내내 고객 쪽 수요 증가율은 연 1%를 넘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지금 전력업계에서 일하는 사람 대부분은 이런 수요 증가를 평생 본 적이 없다.

챗GPT 이후 무엇이 달라졌느냐고 묻자 그녀는 "AI가 쓰는 엄청난 전력"을 꼽았다. "그때 깨달았죠. 이 회사에서 우리 팀이 이렇게 중요했던 적이 없었다는 걸요." 구글은 20년 넘게 데이터센터를 짓고 전기를 대 왔다. "때와 장소는 맞았어요. 그런데 업계가 준비가 안 돼 있었죠." 그래서 전력회사들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계통에 붙은 어떤 부하보다 큰 부하가 오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고객이 아니라 파트너로 같이 설계하고 싶다.

그림 6 · 왜 지금 전기인가

구글 역사상 가장 빨리 큰 제품, 제미나이

4억
5월 사용자
10억
8월 사용자 · 석 달 만에 2.5배
최대 2,050억 달러
올해 구글이 밝힌 설비투자(진행자 언급)
1% 미만
코리오의 25년 경력 내내 미국 전력 수요 증가율
5명 → 150명+
10여 년 전 합류 당시와 지금의 구글 전력팀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수요가 워낙 커서 구글은 스페이스X에서 단기로 연산 용량을 빌리기까지 했다. 코리오는 "아주 짧은 계약"이라고 선을 그었다.

구글이 전력회사와 만든 원칙은 한 줄로 요약된다. 큰 부하는 제 비용을 스스로 낸다. 데이터센터 때문에 새 인프라가 필요하면 그 비용을 구글이 대고, 데이터센터 부하가 예상만큼 안 나타나더라도 몇 년에 걸쳐 내기로 약속한다. 그래야 수요가 사라졌을 때 남은 설비 비용, 이른바 좌초자산 비용이 다른 고객에게 넘어가지 않는다. 진행자는 이걸 세 가지 모델로 정리했다. 미네소타·미시간처럼 전력회사와 함께 새 발전원을 들이는 모델, 네바다처럼 별도 요금제로 구글이 웃돈을 떠안는 모델, 조지아처럼 기존 원전에서 더 짜내는 모델. 지도로 보면 이렇다.

그림 7 · 구글의 전력 딜 지도

주를 누르면 그 지역의 계약 내용이 보인다

인터뷰에 나온 구글 계약배경으로 언급된 지역

미네소타 사례가 특히 흥미롭다. 미네소타는 바람이 넘치는 곳이다. 그런데 그 바람의 상당 부분이 버려진다. 바람이 부는 시간과 전기가 필요한 시간이 어긋나거나, 바람을 주 다른 지역으로 실어 나를 송전선이 없어서다. 그래서 구글과 전력회사 엑셀(Xcel)이 고른 답이 풍력 1,400MW, 태양광 300MW, 그리고 100시간을 버티는 철-공기 배터리였다. 용량 기준 세계 최대다. 이 배터리는 바람을 다른 시간대로 옮겨 주고, 아직 깔리지 않은 송전선 노릇까지 한다. 엑셀이 직접 돌린 분석으로는 미네소타 주민들이 원래 냈어야 할 돈 11억 달러를 아끼게 된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는데 어떻게 요금이 내려갈까. 코리오의 설명은 이렇다. 전력망은 모두가 함께 쓰는 공유 시스템이고, 우리 전기요금의 상당 부분은 그 고정비를 나눠 내는 몫이다. 큰 고객이 들어와 고정비를 더 많이 떠안으면 나머지가 내는 몫이 줄어든다. 더 중요한 건 전력망이 하루 중 가장 많이 쓰는 순간, 즉 피크에 맞춰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피크가 아닌 시간엔 망이 논다. "우리 전력망은 심하게 놀고 있어요."

그림 8 · 피크에 맞춘 망, 노는 시간

데이터센터가 '유연하게' 붙으면 무엇이 달라지나

개념도 · 가상 수치. 피크 용량을 100으로 놓은 일반적인 하루 부하 모양에 데이터센터 부하 15를 얹었다. 숫자 자체보다 '피크를 넘느냐, 노는 시간을 채우느냐'를 보는 그림이다.

구글이 유연성에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구글은 이미 미국 전력회사 다섯 곳과 1GW가 넘는 데이터센터 유연성 계약을 맺었다. 시작은 기후 목표였다. 해가 나고 바람이 부는 시간으로 작업을 옮기는 법을 익혔고, 그 기술을 우크라이나 전쟁발 유럽 에너지 위기 때 망이 위태로울 때 부하를 줄이는 데 썼다. 지금은 급하지 않은 작업을 다른 시간대로 돌리고, 데이터센터 옆에 배터리를 둬서 망 입장에선 부하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유연성의 진짜 보상은 요금 할인이 아니라 속도라고 했다. 보통 고객은 계통에 붙으면 '필요할 때 언제나 켜져 있는' 걸 기대한다. 구글은 반대로 제안한다. "오늘 연결해 주세요. 대신 빠지라고 하면 빠지겠습니다." 이른바 비확정(non-firm) 연결이다. 전력회사가 인프라를 다 깔 때까지 이렇게 붙어 있다가 나중에 확정 연결로 넘어간다. 미시간 법무장관이 구글의 최소 월 납부율을 예상 수요의 80%에서 90%로 올리려 한다는 질문에도 같은 논리로 답했다. 100%로 묶으면 유연한 부하가 될 유인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80%는 일부러 남겨 둔 여백이었다.

그림 9 · 망에 붙느냐, 담장 안에서 돌리느냐

계량기 뒤 자가발전이 더 빠른데, 왜 굳이?

계통 연결 + 유연 부하 (구글식)계량기 뒤 자가발전 (가스 터빈 위주)
속도비확정 연결로 먼저 붙고 인프라가 깔리면 확정 연결로현장에 바로 세워 빠르게 가동
신뢰성수많은 발전원을 묶은 망 전체가 뒤를 받친다발전기 하나가 서면 끝, 정기 정비 때도 공백
비용 변동풍력·태양광·저장 + 가스는 피크용으로 분산가스는 원자재라 가격 변동에 그대로 노출
지역 편익고정비 분담, 놀던 설비 활용 → 요금 인하망과 분리돼 지역 요금엔 기여가 적다

진행자는 xAI의 '콜로서스'처럼 가스 터빈을 빠르게 들인 사례를 대비로 들었다. 코리오의 역사 비유: 1800~1900년대엔 다들 자기 발전기로 동네 한 귀퉁이를 밝혔다. 비효율적이고 비싸고, 하나가 서면 정전이었다. 그래서 자원을 묶은 게 전력망이다.

기존 원전에서 더 짜내기

조지아에선 조지아파워와 함께 기존 원전을 손봐 95MW를 더 뽑아내기로 했다. 그 덕에 조지아 요금 납부자들이 9억 달러를 아낀다. 원전 하나를 새로 짓는 것보다 훨씬 빨리 용량을 붙일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아이오와의 듀안 아놀드 원전도 넥스트에라와 같은 방식으로 손을 댔다. 그녀는 미국 전력망에서 더 잘 쓸 수 있는 용량이 "최소 100GW"는 된다고 봤다. 숫자 감을 잡자면, 미국 원전 전체가 90~95GW다.

다만 증설만으론 한계가 있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원전에 투자를 거의 안 했고, 수명을 늘릴 만큼 젊은 원전은 손에 꼽는다. 지금 새 원전을 시작해도 빨라야 10년 뒤다. 그사이 중국은 훨씬 빠른 속도로 원전을 짓고 있다. 그래서 구글은 웨스팅하우스와 손잡고 구글 클라우드 AI로 건설 기간을 줄이는 일도 한다. 대형 공사장에선 장비 하나가 제때 안 와서 수많은 인력이 손 놓고 기다리는 일이 늘 생기는데, AI가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며 다음 작업을 끊김 없이 재배치한다.

그림 10 · "우리가 왔기 때문에" 아낀 돈

구글이 밝힌 지역별 요금 절감 효과

절감액은 코리오의 발언 그대로다(미네소타는 엑셀의 자체 분석, 아칸소는 "10억 달러 이상"). 각 주의 전력회사와 규제 당국이 산정한 전망치이며, 실제 실현 여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노후 송전망 얘기에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미국 송전망의 70%가 25년이 넘었고 자연 수명의 끝에 다가가고 있다. 나라 전체가 망을 고치는 데 자본을 더 쏟아야 하는 시점이라는 뜻이다. "AI 수요가 몰고 온 이 에너지 산업혁명의 타이밍이 이보다 완벽할 순 없어요. 노후 인프라를 고칠 자본이 딱 필요한 때 온 거니까요." 1장에서 핑크가 걱정한 '자본 경쟁'을 전력업계는 정반대로, 기다리던 자본의 도착으로 읽고 있는 셈이다.

지역 반발은 어떻게 다루느냐는 질문엔 원칙부터 말했다. "신뢰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쌓는 거예요. 사람들은 투명성을 원하고, 자기 말을 들어주길 원해요." 에너지 비용 100%를 내 요금을 지키는 것 외에, 구글은 진출하는 지역마다 '에너지 임팩트 펀드'로 주민들의 단열과 냉방기 교체를 돕는다.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에선 가구당 연평균 700달러, 오마하에선 최대 1,200달러까지 전기요금이 줄었다.

진행자5년 뒤 미국인들은 이 AI 데이터센터 붐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전력망을 짓누른 사건일까요, 꼭 필요했던 망 업그레이드의 돈줄이었을까요?

코리오지금 어려운 건 많은 게 논의만 됐지 아직 지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제대로 지어진 걸 직접 보고, 그게 가져다주는 혜택을 알게 되면 순편익이라는 걸 알 거예요. 눈앞에 보이기 전까지는 와닿기 어렵죠.

"내년에 뭐가 필요한지만 생각하지 않아요. 수십 년 뒤 시스템에 뭐가 맞는지 먼저 보고, 거꾸로 계산해서 오늘 할 일을 정합니다."— 아만다 피터슨 코리오

코리오가 '수십 년 갈 자산'이라고 부른 그 인프라를,
다이먼은 '국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03나라

깃발에 경례하는 은행가

제이미 다이먼JP모건체이스 회장 겸 CEOWSJ CEO 카운슬, 뉴욕 JP모건 새 본사원본 영상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 그 도시에서 가장 높은 빌딩,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기관. 진행자가 머리에 바람 들지 않느냐고 묻자 다이먼은 "별로요"라고 짧게 받았다. 그러고는 들어오면서 입구의 성조기를 봤느냐고 되물었다. "매일 아침 저 깃발에 경례해요. 농담 아닙니다." 건물 꼭대기 근처엔 '패트리어트 바'가 있다. 독립전쟁 때의 군함 USS 컨스티튜션의 깃발,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푸앵트 뒤 오크 절벽 꼭대기에 꽂혔던 깃발, 아폴로 미션의 깃발이 걸려 있다. 그 바에서 연 첫 행사가 건물에서 일하는 참전용사들과의 칵테일이었다. "그 눈들에 눈물이 많았어요."

그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1년 전 시작한 '안보·회복력 이니셔티브(SRI)'로 이어졌다. 그는 SRI가 직원들의 사기부터 끌어올렸다고 했다. 회사를 떠났던 옛 파트너 몇이 소식을 듣고 "나 돌아간다"며 첨단제조 쪽으로 복귀했을 정도다.

그림 11 · SRI 한눈에

JP모건이 '애국'을 사업 계획서로 쓰는 법

1조 5,000억 달러+

안보·회복력 관련 자금 지원 목표. "그 숫자는 훌쩍 넘을 겁니다."

100억 달러직접 투자 (토드 콤스 팀)
29개대상 산업
4,500곳대상 기업군 — 담당 뱅커를 대거 채용
데스 밸리계약이 있어야 공장, 공장이 있어야 계약 — 그 사이를 메운다

대상은 '회사'가 아니라 '안보에 닿는 부분'

보잉→보잉 방산 부문
엑손·에너지 전반→유럽행 LNG
소비자용 AI→군사용 AI 일부

분야

드론우주미사일첨단제조농업헬스케어전력망사이버

동맹국으로 확장

독일이탈리아프랑스영국폴란드호주일본한국

자문단에는 제프 베이조스, 마이클 델, 콘돌리자 라이스, 로버트 게이츠, 사이버를 맡은 폴 나카소네 전 사이버사령관이 이름을 올렸다. 이사회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는 애국자고, 우리가 원해서 하는 일도 있습니다. 결과는 더 위험하고 들쭉날쭉하겠지만, 상업적 성과는 같기를 바랍니다."

어차피 할 일을 포장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처음부터 그 문제를 의식했다고 했다. 그래서 내부엔 "그런 헛소리 말고, 뭘, 왜, 어떻게 할 건지, 뭘 이루고 싶은지만 말하라"고 주문했다. 전시 산업정책 아니냐는 질문엔 "그렇게 부르진 않겠지만, 진작 했어야 할 일"이라고 받았다. 그 '진작'의 대표적인 예가 희토류다.

그림 12 · 희토류 외주의 셈법

자석 하나에 5센트 아끼려다 잃은 것

5센트

자석 하나당 아낀 돈

10달러

자동차 한 대당 아낀 돈

"거의 없음"

나라 전체로 아낀 돈. "500 어쩌고 하는 숫자"라며 단위조차 흐렸다 — 요점은 푼돈이었다는 것

잃은 것

기술을 발전시킬 능력 자체. "더 싼 곳에 외주를 준 게 아니라, 그 능력을 잃은 거예요. 외주 준 지 10년 동안 그 기술은 계속 개선됐고요." 반도체, 원료의약품, 첨단제조도 마찬가지다.

그림 13 · 공급망은 '그냥 옮길' 수 없다

다이먼이 예로 든 반도체 생태계

일본화학 소재
한국소재·부품
네덜란드ASML 장비
칩 하나"배 한 척 만드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생태계"

JP모건은 조선·반도체·제약 생태계를 각각 연구했다. 미 육군참모총장 랜디 조지 장군이 직접 찾아와 "이 생태계들을 교육하고, 금융을 대고, 의회가 구매를 다르게 승인하도록 도와 달라"고 했다는 일화도 나왔다.

진행자왜 진작 안 했을까요?

다이먼맥주 한잔하고 싶어 안달 난, 껑충한 십대 무리 같았죠.

진행자패트리어트 바에서요.

다이먼패트리어트 바에서요. 경고한 사람들이 있었는데도 끝까지 생각을 안 했어요. 오랫동안 다들 잘 지냈으니까. 중국은 그동안 아주 전략적이었어요. 호르무즈 해협 같은 상황까지 대비해 왔죠. 하지만 다 잊어요. 소매 걷어붙이고 일하면 됩니다. 이게 그거예요.

세상이 위험해졌느냐는 질문엔 우크라이나 침공 때 주주서한에 쓴 문장을 꺼냈다. 세상이 그날 바뀐 게 아니라, 원래 그런 곳이라는 걸 다시 떠올렸을 뿐이라고. 평화는 늘 손에 쥐어져 있던 게 아니고, 나쁜 사람들은 나쁜 짓을 하며, 우리는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시급성을 10점 만점에 몇 점으로 보느냐는 질문은 웃어넘겼다. "5점이든 7점이든 상관없어요. 어차피 했어야 할 일이니까요." 미국은 여전히 40개의 군사동맹을 가진 세계의 리더이고, 서방을 경제적·군사적으로 묶어 두는 게 결정적이라고 했다.

가장 큰 리스크로는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번지는 전쟁. 동맹 구도와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사이버다. "올해 서한에 사이버가 최대 리스크라고 썼어요. 진심이었고요. 그게 미토스가 나오기 몇 주 전이었는데, 지금은 단연 최대 리스크예요."* 해저 광케이블도 짚었다. 러시아가 발트해에서 일부를 끊었고, 케이블이 끊기면 한 나라 전체가 고립될 수 있으며 그 트래픽은 위성으로 대체할 수 없다.

* '미토스(Mythos)'는 앤트로픽이 공개한 사이버 능력이 두드러진 AI 모델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전사 기준, 옮긴이 해석).

좋은 정책은 공짜다

정치 얘기도 피하지 않았다. 트럼프 첫 임기 때 대통령 경제자문 모임에 들어가자 딸이 긴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아름답고 사려 깊은 편지였고, 마틴 루서 킹의 버밍햄 감옥 편지 구절로 끝났다. 다른 두 딸과 아내는 "동감"이라며 저녁 먹으러 오지 말라고 했다. 그는 답장을 썼다. "줄리아, 다 맞는데 하나만 틀렸어." "뭔데요?" "결론. 킹 목사라면 자기 가치를 위해 매일 백악관에 갔을 거야." 언론에 휘둘리지 말고 옳은 일을 하면 된다, 그러면 좌우 양쪽에서 공격받겠지만 원래 그렇다는 것이다.

새 뉴욕 시장을 만났을 때도 같은 얘기를 했다. 자신의 조부모가 고등학교도 못 마친 그리스 이민자였다는 것, 그리고 도로의 구멍, 범죄, 병원, 학교, 지하철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좋은 정책은 공짜예요. 세금 안 올리고 돈 더 안 써도 경제를 1%포인트 더 키울 수 있어요." 이민, 교육, 인허가만 고쳐도 된다고 했다.

그림 14 · 공짜 1%포인트의 무게

20년간 2% 성장 vs 3% 성장

다이먼: "우린 20년 동안 2%를 해 왔어요. 왜 한 번도 '국민에게 3%를 빚졌다'고 말하지 않았을까요?" 지수는 연 복리로 단순 계산한 값(100 → 2%: 148.6, 3%: 180.6). 다이먼은 다리 하나 짓는 데 인허가만 12년이 걸린 사례를 들며 "웃긴 게 아니라 수치"라고 했다.

경제 진단은 차분했다. 그는 경제를 맞히려 들지 않고, 경제를 움직이는 요인을 보고 확률을 붙인다고 했다. 핑크가 '지으면 디스인플레'라고 했던 AI 지출에 대해서는 시차를 강조했다. AI는 지금 데이터센터를 짓는 사람을 고용하고 철강·서버·도로·시멘트를 사는 '지출'로 경제에 나타난다. "그래서 지금은 약간 인플레이션적일 수 있어요. 디플레이션 효과는 그다음이고요."

그림 15 · 다이먼의 경제 장부

"좋은 시절이에요. 그리고 언젠가 사이클은 옵니다"

좋은 것

  • 미국 경제는 사실상 호황, 기업 이익 급증
  • 기업도 소비자도 빚이 과하지 않다
  • 실업률이 정말 낮다 — "일자리가 있다는 게 대부분 사람에게 가장 중요해요"
  • 대부분 사람은, 듣는 것과 달리, 자기 일을 좋아한다

걱정되는 것

  • 거대한 재정적자 — 최선의 해법은 더 높은 성장
  • 5년째 끈적한 인플레이션, 통계 산정 방식도 들여다볼 필요
  • 인플레 요인: 전 세계 적자, 재무장, 무역 재편, 의료비
  • 예상 밖으로 번질 수 있는 두 개의 전쟁
AI 지출은 지금은 약간 인플레, 나중엔 디플레일 수 있다. 반대로 능력 기반의 제대로 된 이민(계절 노동자 포함)은 성장을 키우면서 인플레를 낮춘다.

붐 뒤엔 버스트가 오지 않느냐는 질문엔 "언론은 늘 이분법으로 몰지만 인생은 이분법이 아니에요"라고 했다. 날짜를 찍어 달라는 요청엔 "물론 못 하죠." 대신 JP모건은 이런 상황을 다 견디도록 분석해 둔다고 했다.

금리 상승금리 하락인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주식 −40%신용 스프레드 2~3배 확대

AI에 대한 그의 입장은 양면적이다. JP모건은 2012년부터 AI를 썼고 리스크·사기 탐지·마케팅·헤지까지 1,000개가 넘는 활용 사례가 있다. 언젠가 병을 고치고 도로 사망자를 줄일 거라고 믿는다. 동시에 취약점은 실재한다. 은행은 비교적 잘 막고 있지만 상수도, 교통 일부, 작은 은행, 그리고 모두가 기대는 협력업체들은 무방비에 가깝다. 그래서 톰 패닝이 만든 '핵심 인프라 연합'의 의장을 맡았고, 50개 대기업이 업종별로 오픈소스 코드 검증과 정책 대응을 함께한다. 그가 객석의 CEO들에게 "오늘 당장 시작하라"며 꼽은 목록은 이렇다.

그림 16 · 다이먼의 사이버 숙제

"아직 안 했다면, 돌아가서 오늘 시작하세요"

0 / 5체크해 보자. 우리 회사는 몇 개나 했을까.

적은 국가일 수도, 테러 조직일 수도, 회사에 앙심을 품은 내부자나 랜섬웨어 범죄자일 수도 있다. 다이먼은 언젠가 공격하는 AI 에이전트 하나하나를 상쇄하는 방어용 AI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두고 봐야죠."

경비원과 청소원의 등골 위에

20년 동안 은행을 이끈 비결을 묻자 그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면서도 몇 가지를 꼽았다. 열심히 일하고, 끈질기고,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에너지가 없어지면 그만둬야 한다. 큰 자리에 오르면 불안이 드러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상사를 기분 좋게 하는 데 몰두한다. "이 회사 누구의 일도 저를 기쁘게 하는 게 아닙니다. 회사와 고객, 지역사회, 나라를 위해 옳은 일을 하는 거죠." 리더십은 결국 감성지능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가, 힘들 때 옳은 일을 할 배짱이 있는가, '죽은 고양이'를 테이블에 올려놓는가, 그리고 마음이 있는가.

마음에 관한 일화가 하나 있다. JP모건에 처음 왔을 때, 회사는 경비원과 청소원을 전부 외주로 돌려 놓은 상태였다. 서비스노조(SEIU) 위원장이 면담을 요청했고, 참모들은 녹음해서 악용할 거라며 말렸다. 그는 만났다. 위원장의 설명은 이랬다.

그림 17 · 외주의 산수

같은 사람, 같은 일, 같은 급여. 달라진 건 하나

"우리는 경비원과 청소원의 등골 위에 위대한 회사를 짓지 않습니다. 그건 비용 절감이 아니에요. 이번 주 안에 다 복귀시키세요. 협상도, 논의도 없습니다."

금액은 다이먼이 전한 노조 위원장의 설명 그대로다(가족이 있는 직원 기준, 의료가 대부분). "저는 낭비를 싫어해요. 하지만 낭비를 줄이는 것과 비용에 인색한 건 다릅니다. 좋은 비용도 있어요."

팀워크 얘기엔 스포츠를 끌어왔다. 패스를 돌리며 같이 움직이던 스페인 축구 대표팀처럼, 서로 친구일 필요는 없지만 제대로 같이 뛰는 팀은 보기만 해도 아름답다. 비즈니스엔 그 명료함이 없다. 이겼는지 졌는지가 안 보이니 허풍쟁이가 끝없이 허풍을 칠 수 있다. 페이튼 매닝과 톰 브래디는 둘 다 "팔도 별로였고 달리지도 못했다"고 말했다는데, 브래디는 공격 라인에 돈을 더 주려고 자기 연봉을 깎았다. 가장 큰 실수를 묻자 답은 바로 나왔다. "늘 같은 종류예요. 사람 실수. 그 실수로 우리 사람들을 한동안 고문했어요."

대선 출마 생각은 없느냐는 마지막 질문엔 웃었다. "확실히 없어요. 저는 진짜 직업이 있거든요. 여기서도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고요."

다이먼은 다음 하락이 언제냐는 질문에 "물론 못 맞히죠"라고 했다.
그 '못 맞힘'을 가장 비싸게 배운 사람이 있다.

04상상력

옳았는데도 졌던 이유

댄 아이바신핌코 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 · 운용자산 2조 3,300억 달러모건스탠리 '하드 레슨스', 대담 댄 심코위츠(모건스탠리 공동사장)원본 영상

퇴근길에 동료 조시 앤더슨과 맥주를 마시러 갔다. 화제는 모기지 손실이었다. 둘은 거의 낄낄대며 말했다. "세상에, 신용평가사들 완전히 틀렸어." 대출 심사가 그렇게 공격적인데도 평가사들은 딜 전체 기간 누적 손실을 5% 안팎으로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말도 안 된다고, 10%, 아니 12%는 갈 거라고 했다. 당시로선 컨센서스와 한참 동떨어진, 그리고 방향만큼은 정확히 맞은 전망이었다.

실제 손실은 30%였다.

그림 18 · 세 개의 숫자

방향은 맞혔지만, 폭은 아무도 못 맞혔다

수치는 아이바신의 발언 그대로다. 평가사 예상은 "4~5%", 맥주 자리의 전망은 "9, 10, 11, 12%", 실제는 "30%, 30%대"로 표현했다. 막대는 각 범위의 상단까지 그렸다.

"12%였다면 그 트레이드로 떼돈을 벌고, 롱으로 멋지게 갈아탔을 겁니다. 나머진 역사가 됐겠죠. 30%대에선 큰 손실이 났어요."— 댄 아이바신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대담은 지금 이야기로 시작했다. 진행자 심코위츠는 지난 12개월 동안 두 회사가 AI 인프라에서 역사상 최대급 딜들을 함께 했다고 했다. 메타 데이터센터 딜이 대표적이다. 당시 인프라 분야 최대 규모였고, 공모 신용과 사모 신용의 경계에 걸친 딜이었다. 아이바신은 이 시장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경기 민감도나 좁은 의미의 신용위험이 아니라 복잡성으로 보상받는 시장이거든요." 핌코는 전담 조직까지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선을 그었다. "AI가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과, 기업들이 이 기술로 돈 버는 법을 찾아내는 건 별개 문제예요. 조심해야 합니다."

"미국 집값은 떨어진 적이 없다"

2005년, 전 세계에 하나의 명제가 퍼져 있었다. 데이터가 뒷받침하는 명제였다. 미국 집값은 전국 단위로는 떨어지지 않는다. 30년 가까이 크게 떨어진 적이 없었으니 그걸 모델에 넣으면 주택을 담보로 더 공격적으로 빌려줘도 된다는 실증적 근거가 나왔다. 아이바신의 팀은 데이터만 보지 않았다. 주택건설사, 모기지 브로커, 대출 관리회사, 모기지 보험사를 직접 돌았고, 대출이 지속 불가능할 만큼 공격적이라는 감을 금방 잡았다. 2004년 말부터 2005년에 나간 대출 상당수가 근본적으로 부실하다는 결론이었다.

그래서 철저히 방어로 돌았다. 숏을 칠 수 있는 곳은 숏을 쳤고, 지수와 경쟁사 대비 위험을 크게 줄였다. 문제는 대가였다. 수익률이 경쟁사보다, 때로는 벤치마크보다 낮은 '네거티브 캐리'를 몇 년이나 견뎌야 했다. 이 업계는 운이 좋아야 3년 단위로 성과를 본다. 그런데 과잉이 쌓이는 사이클에선 3년이 충분하지 않다.

그림 19 · 가장 안전한 채권이 영원히 남는 채권이 되기까지

'핌코 채권'의 함정

순서대로 갚는 AAA

모기지 딜에는 AAA 트랜치가 여러 개 있다. 첫째가 먼저 원금을 다 받고, 다음이 둘째, 그다음이 셋째. 핌코는 문제가 생기기 전에 만기가 오는 맨 앞 조각만 샀다. 업계에서 '핌코 채권'이라 부를 만큼 안전한 구조였다.

버티다 조금 양보

경쟁사보다 오래 뒤처지자 컨설턴트와 고객의 피드백이 쌓였다. 시장에 다시 뛰어들진 않았지만 "이렇게 오래 이렇게 숏일 순 없다"며 AAA를 좀 더 넓게 샀다. 여전히 안전했지만 예전만큼은 아니었다.

그리고 손실이 왔다

정말 안전한 조각들은 이미 만기가 와서 다 갚고 나갔다. 그 뒤에 손실이 왔다. 아래 보호층이 녹자 AAA들이 손실을 비율대로 나눠 지기 시작했고, 맨 앞에서 현금을 먼저 받던 AAA는 영원히 남는 채권이 됐다. "아직도 남아 있어요."

그는 지금도 신입들에게 포트폴리오에 아주 작게 남은 그 채권들을 보여 준다고 했다. "남은 커리어 내내 저를 일깨워 줄 겁니다. 오랫동안 옳을 수 있어도, 다른 압력 때문에 정확히 최악의 순간에 항복하거나 경계를 풀 수 있다는 걸요." 결국 그는 옳았다는 게 증명됐다. 바로 그 직후에.

첫 번째 교훈은 구조에 관한 것이다. 위험을 줄여 놓고 다른 참여자들이 생각을 바꾸기를 기다리는 트레이드는 개념이 맞아도 예측하기 어렵고 덜 튼튼하다. 반대로 구조적으로 튼튼하고, 싸고, 수익률이 매력적인 투자는 수익이 예측 가능하다. 그래서 언더웨이트를 할 땐 상황이 다 펼쳐질 때까지 버틸 시간을 스스로에게 줘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교훈이 더 아팠다. 회사 전체로는 방어적 자세가 결국 크게 통했다. 하지만 그가 맡은 헤지펀드 전략에서는 창의적인 트레이드를 하나 짰다. 아주 안전한 선순위를 사고, 그 바로 밑의 위험한 트랜치를 숏 친다. 숏인데 네거티브 캐리가 거의 없고, 선순위는 한 번도 손실을 본 적 없는 조각이었다. "어떤 합리적인 시나리오에서도 아주 잘 됐을 트레이드였어요." 문제는 시나리오가 합리적이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아래 슬라이더로 직접 손실률을 올려 보자.

그림 20 · 손실이 얼마나 깊어지느냐에 따라

'선순위 롱 + 후순위 숏'이 무너지는 지점

◆ 아이바신의 롱(AAA 선순위 — 한 번도 손실 본 적 없는 조각) · ◇ 아이바신의 숏(그 아래 보호층). 개념도 · 가상 구조. 보호층(후순위) 두께를 딜의 20%로 가정했고, 막대 전체 높이가 딜 전체(100%)다. 빗금이 누적 손실. 실제 딜마다 보호층 두께와 트랜치 구성은 다르다. 손익은 방향만 표시했으며 아이바신 펀드의 실제 포지션 규모와는 무관하다.

교훈은 백테스트의 한계였다. 체제가 바뀔 때, 과거 데이터가 담지 못한 일이 벌어질 때는 위험을 다른 방식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그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 세 번째 교훈. 자기가 자란 업계 안에서는 과거 데이터, '늘 그래 왔던 방식'이 기준점이 되기 때문에 상자 밖으로 생각하는 데 자연스러운 한계가 있다는 것. 그 한계를 깬 건 채권쟁이들이 아니었다. 합병 차익거래를 하던 사람들, 주식 트레이더들이 이쪽 시장을 넘겨다보고 "세상에, 이게 말이 돼?"라고 했다. 그들은 상상력에 묶여 있지 않았고, 그 트레이드에서 엄청난 돈을 벌었다.

"저처럼 30년을 테크가 아니라 금융업계에서 보낸 사람은, 바깥의 독립적인 시선 없이 이 AI의 결과가 얼마나 넓게 퍼질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댄 아이바신

그래서 지금 핌코는 의도적으로 다른 시선을 들인다. 생각이 달라도 기꺼이 의견을 내주는 외부 자문단을 두고, 투자위원회에서 전통적인 재무 분석 너머의 관점에 시간을 쓴다. 현대 기술 혁신처럼 결코 전문가가 될 수 없는 분야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적절한 겸손'도 필요하다고 했다. 흥미로운 건 세대 이야기였다. 기술과 그로 인한 불확실성, 파괴적 변화에 가장 민감한 사람은 대개 가장 최근에 들어온 직원들이고, 그들은 조직에서 가장 조용한 목소리다. 그래서 강세론만이 아니라 약세론을 찾아 듣는 대화를 일부러 연다.

지난 몇 년은 할인현금흐름(DCF) 같은 고전적 분석만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고도 했다. 예전엔 경제가 좋으면 정치인에게 좋은 결과가 돌아갔는데, 지금은 반대로 정치와 무역 갈등이 경제 결과를 만든다. 지정학적 갈등까지 가격에 넣어야 하는 세상이다.

거의 일부러, 조금 일찍

2008년 가을, 모두가 숨기 시작했을 때 핌코는 반대로 위험을 사들였다. 아이바신은 그게 가능했던 이유를 '초기 조건'이라고 불렀다. 과잉을 일찍 알아보고 충분한 유동성을 쥔 채 방어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공격으로 돌아설 수 있었다는 것. 더 위험을 지고 싶어도 유동성이 없는 곳이 많았고, 차입도 막혀 대부분 현금으로 해야 했다. 이 장면이 대담의 제목, '확신에는 자본이 필요하다'의 뜻이다.

그림 21 · 2004~2009, 한 사이클

방어에서 항복, 그리고 공격까지

2004년 말 ~ 2005현장을 돌고 방어로

주택건설사·브로커·서비서·보험사를 돌며 공격적 대출을 확인. 숏과 언더웨이트로 돌아섰다.

2005 ~ 2007네거티브 캐리의 시간

경쟁사보다 수익률이 낮은 시간이 길어진다. 3년 성과 평가의 압박, 컨설턴트와 고객의 피드백.

2007 무렵조금 양보한 순간, 손실이 오다

더 넓은 AAA를 사자마자 안전한 조각은 상환되고 손실이 몰려왔다. 2007년 여름엔 모건스탠리가 미 재무부·연준의 자문으로 불려 들어갔다.

2008 하반기가짜 반등

드디어 빠져나오나 싶을 때 새 저점이 나온다. "실패한 반등이 최악이에요. 심리적으로 정말 해롭죠."

2009 초진짜 바닥, 그리고 규모

규모를 키우려면 일찍 시작해야 했다. "고객에게 몇 년씩 이익이 될 만한 규모를 쌓으려면 거의 일부러라도 조금 일러야 해요."

이후 수년다년간의 기회

규칙만 바뀌지 않으면 수학적으로 거의 잃을 수 없는 가격. 그 기회는 여러 해 이어졌다.

그 가격이 왜 그렇게 쌌을까. 전통적인 의미에서는 누군가 규칙을 바꾸지 않는 한 수학적으로 거의 잃을 수 없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규칙'이 문제였다. 워싱턴이 주택 시장이나 쫓겨난 집주인을 지원하려고 룰을 바꾸면? 계약상의 권리는? 확률은 낮지만 그 낮은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들이었고, 시장엔 그런 극단적인 뉴스가 넘쳤다. 정보를 걸러 내는 게 일이었다. 결정의 근거는 단순했다. 확률이 충분히 우리 편이고, 보상이 거대하다.

그래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아주 복잡한 상황을,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닌 더 넓은 역할의 의사결정자에게 압축해서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했다.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자산 가격이 그만큼 빠졌을 때 방아쇠를 당기는 건 정말 어려워요." 그는 신뢰해 준 경영진 덕을 봤다고 했다. 완전히 편하지 않으면서도 결국 양보해 준 사람들이었다.

가장 혹독했던 교훈그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한복판에 핌코에 들어왔다. 월가식 연수 없이 모기지 부서에 떨어졌고, 처음부터 잘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주 일찍, 회사를 떠나는 걸 고려해 보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 월가에서 온 스콧 사이먼이 나섰다. "잠깐만, 이 친구가 잘하는지 어떻게 알아요? 1년 남짓, 그것도 최악의 시장에서요. 교과서와 좋은 성적, 수학 증명에서 곧장 트레이딩 데스크로 온 사람이에요." 시장은 가혹하고, 운과 실력은 헷갈리기 쉽다. 타이밍은 중요하다. 그래서 그가 꼽은 단어가 '내구성(durability)'이다. 좋은 가치와 관계, 넓어지는 인맥,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복리로 쌓인다. 그리고 내구성은 삶의 개념이기도 하다. 집에서의 관계까지 바로 세워야 길게 갈 수 있다.

네 사람은 서로를 인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같은 질문을 던지면, 대답이 묘하게 맞물린다.

05교차

네 사람을 한 테이블에

같은 질문을 네 사람에게 던져 본다. 각자의 인터뷰에서 그 주제에 해당하는 발언을 골랐다.

그림 22 · 가상 원탁

주제를 고르면 네 사람의 답이 나란히 놓인다

덮으며

청구서는 결국 누가 내는가

네 사람은 각자 자기 자리에서 AI 공사판을 본다. 핑크는 자본의 가격을, 코리오는 전기의 흐름을, 다이먼은 나라의 회복력을, 아이바신은 틀렸을 때의 폭을. 겹쳐 놓으면 세 문장이 남는다.

AI는 이제 전기와 금리의 문제다

핑크의 기간 프리미엄, 다이먼의 '지금은 지출이라 인플레', 코리오의 노후 송전망 70%와 놀고 있는 100GW. 칩을 사는 돈보다 그 칩을 돌릴 전기와 그 공사를 받칠 장기 자본이 병목이 되고 있다.

→ AI 반도체와 함께 장기금리(기간 프리미엄), 송전·저장·원전 증설을 한 묶음으로 볼 것

속도와 책임은 반대말이 아니다

구글은 '빠지라면 빠지는' 유연 연결로 더 빨리 계통에 붙고, 인프라 비용 100%를 내서 요금을 낮춘다고 말한다. 핑크도 지역사회와 잘 지내야 교착이 풀린다고 했다. 지역 반발은 감정이 아니라 일정과 비용의 문제다.

→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에선 '누가 망 비용을 내는가'와 지역 승인 리스크를 따로 점검할 것

확신만으로는 못 버틴다

아이바신은 옳았는데도 시간과 압력에 밀려 최악의 순간에 양보했다. 다이먼은 날짜를 맞히는 대신 주가 −40%까지 견디는 장부를 짠다. 핑크는 시장을 열흘 비우면 수익이 반 토막 난다고 했다. 낙관이든 비관이든, 버틸 수 있는 크기와 유동성이 먼저다.

→ AI 강세론이든 거품론이든, 내 확신이 틀렸을 때의 폭을 업계 바깥 시선으로 한 번 더 재 볼 것

옮긴이 메모

  • 인용문은 말맛을 살려 의역했고, 수치는 발언 원문 그대로 옮겼다. 1만 달러 환산(그림 4), 2%·3% 복리 지수(그림 14)는 발언 수치로 계산한 값이다.
  • 그림 8·20은 메커니즘을 보여 주는 개념도로, 가상 수치와 가상 구조를 썼다.
  • 자동 전사가 뭉갠 고유명사는 문맥으로 바로잡았다: Excel → 엑셀(Xcel Energy), Fervent → 퍼보(Fervo, 지열), merger op → 합병 차익거래. 다이먼이 언급한 아이젠하워 손녀의 책은 수전 아이젠하워의 리더십 책으로 추정된다(대조 필요).
  • 구글 인터뷰 전사에는 'Amanda'라는 이름만 나온다. 직함과 경력(10여 년 전 팀의 다섯 번째 멤버, 25년 전력업계)으로 미뤄 아만다 피터슨 코리오로 표기했다(대조 필요).
  • 핑크의 '미국 경제의 3분의 2가 기술 설비투자' 발언은 문맥상 성장 기여분으로 읽는 편이 자연스럽다.
  • 투자 권유가 아니라 네 사람의 공개 발언을 정리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