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 1 · 블룸버그 팟캐스트
「메린의 머니 토크」 특집 '포트폴리오 리셋' 1화
진행 메린 서머셋 웹(블룸버그 UK 머니 편집위원)·존 스테펙(선임기자). 펀드매니저, 자산배분 자문가, 뱅가드, 블룸버그 오피니언의 목소리를 엮어 패시브 투자의 전제를 묻는다.
지난 10년을 이긴 전략이 다음 10년에도 맞을까?
deAI 지식창고 · 인사이트 · 두 개의 목소리
"시장을 통째로 사라." 존 보글의 이 한마디가 지난 10년의 승자가 됐다. 그런데 '전 세계 시장'을 담았다는 지수의 70%는 지금 미국이고, 그 안에서도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이 무게를 쥐고 있다. 블룸버그는 패시브 투자에 숨은 쏠림을 해부하고, 찰리 멍거의 파트너였던 리 루는 같은 풍경을 반대편에서 바라본다. 쏠림이 클수록 합리적인 사람에게는 기회도 커진다고.
Voice 1 · 블룸버그 팟캐스트
「메린의 머니 토크」 특집 '포트폴리오 리셋' 1화
진행 메린 서머셋 웹(블룸버그 UK 머니 편집위원)·존 스테펙(선임기자). 펀드매니저, 자산배분 자문가, 뱅가드, 블룸버그 오피니언의 목소리를 엮어 패시브 투자의 전제를 묻는다.
지난 10년을 이긴 전략이 다음 10년에도 맞을까?
Voice 2 ·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리 루 — 히말라야 캐피털 설립자·회장
제36회 그레이엄&도드 연례 오찬 대담(진행 타노 산토스). 1997년 히말라야를 세워 내년이 30주년. 컬럼비아에서 학사·MBA·법학 학위를 받았고 BYD 초기 투자자로 이름났다. 찰리 멍거를 스승이자 파트너라 불렀다.
극단적 쏠림과 AI의 시대, 가치투자자는 어디에 서야 하나?
30초 요약 · TL;DR
PART I
블룸버그 팟캐스트 「메린의 머니 토크」 특집 '포트폴리오 리셋' 1화. 세 편짜리 시리즈의 첫 회로, 지금의 투자를 떠받치는 가정을 하나씩 의심해 보자는 기획이다.
방송은 숫자 놀이로 문을 연다. 진행자 메린 서머셋 웹이 묻는다. 10년 전, 정확히는 2016년 8월 중순에 1만 달러를 여러 자산에 나눠 넣었다면 지금 얼마가 됐을까.
글로벌 채권부터 보자. 10년 동안 번 돈은 다 합쳐 2.7%, 266달러다. "한심하죠." 함께 진행하는 존 스테펙은 채권이 최근 몇 년 얼마나 고전했는지 잘 알면서도 "생각보다 더 나쁘다"며 혀를 찬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이었다면 50%쯤 벌어 1만5천 달러가 됐을 것이고, 원자재 바스켓이었다면 두 배, 신흥국 주식(MSCI 신흥국 지수)이었다면 145%를 벌었다.
스테펙이 기다린 건 금이다. 금은 1만 달러를 3만2천 달러로 불렸다. 그런데 금도 1등이 아니다. 1등은 누구나 짐작하는 그것, 미국 주식이다. 아주 단순한 S&P 500 추종 펀드 하나에 넣었다면 지금 4만1천 달러. 수익률은 310%가 넘는다.
2016년 8월 중순의 1만 달러, 10년 뒤
블룸버그 방송에서 메린 서머셋 웹이 든 숫자 그대로 (달러 기준)
| 자산 | 10년 뒤 금액 | 누적 수익률 |
|---|---|---|
| 글로벌 채권 | 10,266달러 | +2.7% |
|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 약 15,000달러 | 약 +50% |
| 원자재 바스켓 | 약 20,000달러 | 약 +100% |
| 신흥국 주식 | 24,500달러 | +145% |
| 금 | 32,000달러 | +220% |
| 미국 주식(S&P 500) | 41,000달러 | +310% |
메린의 말대로, 이 숫자만 보면 요즘 사람들이 왜 다들 이렇게 투자하는지 단번에 이해된다. 싼 S&P 500 추종 펀드 하나 사서 묻어 두고 인생을 살면 되는데, 굳이 종목을 고르고, 펀드매니저에게 수수료를 내고, 어느 시장이 싸고 비싼지 머리를 싸맬 이유가 있을까.
함정은 없을까. 있다. 이 숫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무엇이 통했는지 말해 줄 뿐, 앞으로 10년 동안 무엇이 통할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지난 10년을 이긴 투자 전략이, 다음 10년에도 따라야 할 전략일까?
메린 서머셋 웹 · 블룸버그 UK 머니 편집위원
지금은 너무 당연해서 잊기 쉽지만, 패시브 투자는 한때 꽤 급진적인 발상이었다. 예전엔 지수를 따라가는 방법 자체가 마땅치 않았다. 펀드매니저나 자산관리사에게 두둑한 수수료를 주고, 이론상 '최고의 투자처'를 골라 달라고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판을 바꾼 사람이 1970년대 뱅가드를 세운 존 보글이다. 방송은 생전의 그를 불러낸다.
"주식이든 펀드든, 앞으로 대박 날 바늘 하나를 찾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라는 말, 해 봐야 소용없다는 뜻이잖아요. 그러니 건초더미를 사세요. 미국 시장 전체든 세계 시장 전체든. 그리고 산 다음엔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바늘은 이제 그만 찾고요."
존 보글 · 뱅가드 창업자 (생전 인터뷰)
뱅가드의 투자전략 책임자는 보글의 큰 아이디어를 두 가지로 요약한다. 투자의 민주화, 그리고 비용 낮추기. 프린스턴 시절 접한 학계 연구를 바탕으로, 시장을 통째로 사면 승자를 골라야 하는 비싼 액티브 매니저를 고용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다. 투자가 높은 수수료를 감당할 수 있는 부자만의 것이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비전이었다.
다우닝 펀드매니저스의 사이먼 에번쿡은 이 논리를 '그냥 기초 산수'라고 부른다.
비용의 산수 — 보글이 이긴 이유
개념도 · 막대 높이는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다
① 비용을 떼기 전
평균 투자자 = 시장
모든 투자자를 합치면 그게 곧 시장이니까
② 비용을 뗀 뒤
평균 투자자 < 시장
정의상 그럴 수밖에 없다
③ 시장을 거의 공짜로 산다면
인덱스 > 평균 투자자
비싼 수수료를 내는 수많은 사람보다 이미 앞선다
그래서 블룸버그의 두 진행자는 비판에 들어가기 전에 이것부터 분명히 해 둔다. 패시브는 정말 훌륭한 발명이었다. 수수료를 끌어내렸고, 보통 사람에게 값싼 분산 투자를 선물했고, 투자를 단순하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낡은 액티브 운용 모델에 큰 압박을 준 것도 그들 말대로 "나쁜 일이 아니었다".
패시브가 진짜 날개를 단 건 1990년대, 특히 2000년대다. 그때 시장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상장사가 수천 개였고, 잘나가는 회사는 꽤 이른 나이에 증시에 올라왔다. 경제 전체의 성장을 누리고 싶다면 상장 시장이 꽤 좋은 답이었다. '시장을 사면' 정말로 시장의 많은 부분을 산 셈이었다.
여기에 ETF가 더해졌다. 지수를 묶어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게 만든 펀드다. 1990년대 초 처음 나왔을 땐 주로 기관 투자자가 썼지만, 2000년대 개인에게 퍼지면서 패시브를 대중 상품으로 바꿔 놓았다. 장중에도 사고팔 수 있었고, 마침 커지던 온라인 증권 계좌에서 클릭 몇 번이면 끝났다.
동시에 벤치마크가 중요해졌다. 시장 전체가 얼마를 벌었는지, 그리고 내가 든 비싼 액티브 펀드가 그걸 얼마나 못 따라갔는지가 누구에게나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강력한 되먹임 고리가 생겼다.
패시브의 되먹임 고리
블룸버그가 설명한 순환 — 한 바퀴 돌 때마다 패시브는 더 커지고 더 싸진다
연료벤치마크 — 내 펀드가 시장에 얼마나 졌는지 누구나 본다
매그니피센트 7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를 말한다. 진행자들은 '시장의 절반'이라는 숫자에는 조심스럽다. 다들 쉽게 입에 올리지만 패시브 비중을 정확히 재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도 방향은 누구나 안다. 반란군의 전략이 주류가 됐다.
'패시브'라는 말은 아무 결정도 하지 않는 것처럼 들린다. 패시브로 하겠다는 결정 하나만 내리면 나머지는 알아서 굴러간다. 전부 샀으니 끝.
하지만 우리가 사는 건 '전부'가 아니라 '지수'다. 지수는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지에 대한 규칙과 판단의 묶음이다. 액티브 매니저가 무엇을 담고 뺄지 정하듯, 지수 회사도 비슷한 일을 한다. 패밀리오피스와 재단의 자산 배분을 20년 넘게 자문해 온 폴 커니의 말이다.
"추종하는 지수조차 이미 결정을 내린 겁니다. S&P 500이 시가총액 가중 지수라는 것, 그것부터가 하나의 결정이에요. 지수를 어떻게 짜느냐, 어떤 지수를 고르느냐, 여러 지수를 어떻게 섞느냐 — 곳곳에 판단이 들어가 있습니다."
폴 커니 · 애셋 리스크 컨설턴츠 회장
시가총액 가중이란 덩치(시가총액)가 큰 회사일수록 더 많이 담는 방식이다. 영국 FTSE 100을 추종하면 100개 회사를 모두 사긴 하지만, BP나 셸 같은 대형주는 99번째·100번째 회사보다 훨씬 많이 산다. 회사가 커질수록 더 많이 갖게 되는 구조다. 커지는 회사가 계속 커지는 동안은 아무 문제가 없다. 그게 멈추기 전까지는.
장난감 지수로 해 보기 — 커질수록 더 많이 산다
처음엔 10개 회사를 10%씩 똑같이 담았다. 나머지 9개는 해마다 7%씩 크는데 한 회사만 더 빨리 큰다면, 시가총액 가중 지수 속 그 회사의 몫은? 막대를 움직여 보세요.
1등 회사 비중 43.8% — '시장 전체'를 샀다고 믿는 돈 1,000,000원 중 437,782원이 한 회사에 들어 있다.
위험은 투자자가 자신이 능동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누군가는 결정을 내렸고, 그 결정의 결과가 고스란히 내 계좌에 담겨 있다.
이 원리를 대서양 건너 S&P 500에 대 보면 왜 중요한지 바로 보인다. 맨 꼭대기에 앉은 건 거대한 미국 기술 기업들이다. 이들의 몸값이 오를수록 지수에서 차지하는 몫도 커졌다.
범위를 세계로 넓혀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립적인 선택을 하겠다며 전 세계 시가총액 가중 추종 펀드를 샀다고 치자. 실제로 산 건 무엇일까. 스테펙의 답은 짧다. "미국을 샀죠. 그것도 아주 많은 미국을."
MSCI 월드 지수 속 미국의 몫
선진국 주식 전체를 담는다는 대표 지수. 이걸 사면 무엇을 사는가
나머지 세계는 30%, 영국은 거의 없다. 점선은 절반(50%) 지점.
미국이 고전하던 세기 초만 해도 미국은 MSCI 월드 지수의 절반이 안 됐다. 지금 같은 지수를 사면 70%가 미국이고, 영국은 거의 없다. 한 나라가 시장을 지배하고, 그 나라 안에서도 소수 종목이 지배하는 이중의 쏠림이다.
지금은 미국의 우위가 너무 당연해서, 그렇지 않던 시절을 떠올리기조차 어렵다. 블룸버그 오피니언의 존 오서스는 기억한다. 약 20년 전, 그는 FT의 두 번째 섹션 1면에 '유럽 시가총액이 미국을 넘어섰다'는 기사를 썼다. 그때도 사람들은, 지금의 미국 예외주의만큼 당연하게 여기진 않았어도 그 흐름이 이어질 거라 믿었다.
실제로 미국은 21세기를 형편없이 시작했다. 첫 9년 동안 수익이 거의 없었고, 다른 모든 시장이 미국보다 잘했다. 영국 FTSE 100조차 S&P 500을 크게 앞질렀다. 그런 미국이 어떻게 '이길 수 없는 시장'이 됐을까. 오서스의 답은 한 줄이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에 테크가 있었다는 겁니다. 그게 세계를 지배하는 산업이 됐죠."
존 오서스 · 블룸버그 오피니언 시장 담당 선임 에디터
"어느 시점에나 분명한 승자와 패자가 있고, 어느 정도 쏠리는 건 흔한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례적이에요. 상위 1개, 5개, 10개 기업의 지배력은 제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사상 최고였고, 계속 강해지고 있습니다."
폴 커니 · 애셋 리스크 컨설턴츠 회장
그래도 미국은 계속 이겼고, 그건 좋은 일 아닌가. 메린도 동의한다. 그걸 갖고 있었다면 환상적이었을 거라고. 다만 "정말 잘 통했다, 환상적이었다"와 "제대로 분산된 좋은 전략이다"는 전혀 다른 말이라고 못 박는다.
심리도 문제다. 미국의 초과 성과가 오래갈수록 그건 '초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원래 세상이 그런 것처럼, 자연의 질서처럼 느껴진다.
"영향은 극적이었다고 봅니다. 사실상 유일한 볼거리가 됐죠. 문제는 오래갈수록 그게 정상처럼 느껴진다는 겁니다. 성공했으니 이 쏠림이 합리적으로 보이죠. 하지만 이건 집중 베팅입니다."
폴 커니 · 애셋 리스크 컨설턴츠 회장
스테펙이 한 줄을 보탠다. 성공한 투자에는 묘한 버릇이 있다고. 거기까지 오면서 감수한 위험을, 돌아보면 별로 위험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오해는 없어야 한다. 진행자들은 미국 예외주의가 내일 끝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몇 년 더 갈 수도 있다. 요점은 포트폴리오가 엄청나게 성공적이면서 동시에 아주 집중돼 있을 수 있고, 그래서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계좌에는 내가 믿는 것보다 훨씬 많은 특정 종목, 특정 국가가 들어 있을 수 있다. 무엇이 진짜 들어 있는지, 그 프리즘으로 다시 봐야 한다.
이건 맞다
"정말 잘 통했다. 환상적이었다."
이건 다른 얘기다
"제대로 분산됐다. 좋은 전략이다."
2화 예고는 또 다른 변화를 겨눈다. 0달러에서 1조 달러짜리로 크는 회사들이 상장 시장 밖에 있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 앤트로픽, 오픈AI 같은 이름이 거론된다. "다들 무지개 끝에 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빠져 있으면 수익률이 얼마나 깎일까요?" 그래서 1화의 결론은 역설적이다.
패시브로 투자하고 싶다면, 돈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아주 능동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블룸버그 '포트폴리오 리셋' 1화의 결론
같은 질문을 리 루에게 던지면
블룸버그가 "패시브의 속을 들여다보라"고 했다면, 리 루는 한 걸음 더 들어간다. 그에게 인덱스란 시장 참여자 네 부류의 평균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돈이 꼭대기로 쏠리는 때야말로, 쏠림의 반대편을 보는 합리적인 사람에게 좋은 시기라고 말한다.
PART II
리 루(히말라야 캐피털 회장) — 제36회 그레이엄&도드 연례 오찬,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하일브런 센터
학생 포트폴리오 종목 발표와 행사 안내가 끝나고, 진행자 타노 산토스가 '소개가 필요 없는 사람'을 부른다. 리 루는 30년 전 학생이자 젊은 실무자로서 이 오찬에 앉아 있던 시절을 떠올리며 말을 시작한다. 그 시절 이 자리는 그에게 한 해의 하이라이트였다고.
벤저민 그레이엄이 컬럼비아에서 가치투자 강의를 시작한 지 거의 90년. 실전은 그보다 10~20년 앞섰으니 사실상 100년 된 학문이다. 진화는 했지만 핵심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좋았을 게 뭐냐는 질문에, 리 루는 33년 실전을 이끈 원칙을 여섯 개로 압축한다. 셋은 그레이엄에게서, 하나씩은 버핏과 멍거에게서 왔고, 마지막 하나는 자신이 살짝 비틀어 보탰다.
사고팔려고 있는 종이 쪼가리가 아니다. 주식을 사는 건 회사를 사는 것과 같다.
가르치려고 있는 게 아니다. 시장 한복판에서 휘둘려 본 사람일수록 이 말이 얼마나 깊은지 안다.
투자는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다. 안전마진은 하방을 지켜 주고 상방도 키워 준다.
관심 가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되, 가장 중요한 건 경계를 아는 것. 사람은 실제보다 조금 더 안다고 생각하도록 생겨먹었다.
평생 낚시꾼이었던 멍거의 비유. 관심이 몰리는 시장은 경쟁이 수익을 평균으로 끌어내린다. 낚시꾼이 적은 곳이 훨씬 낫다.
금·다이아몬드·화폐는 인플레이션에 녹는다. 중요한 건 그걸로 무엇을 살 수 있느냐다. 그래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의 훌륭한 기업을 유리한 가격에 사서, 가치가 만들어질 때까지 충분히 기다린다.
여섯 번째 원칙은 지구 전체가 하나의 시장이 돼 가는 시대에, 33년간 글로벌 투자자로 일하며 얻은 통찰이다. 진행자 타노 산토스는 준비한 대본에서 벗어나면서까지 여기에 공감했다. 재정 부담 속에서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한다면, 앞으로는 구매력을 지키는 게 핵심이 될 거라면서.
AI 시대에 주식 애널리스트의 미래를 묻자, 리 루는 답을 둘로 나눈다. 먼저 투자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부터. 그가 보기에 시장 참여자는 네 부류뿐이다.
투자자
기업과 오래 함께하며, 시간이 만드는 가치를 나눠 갖는다.
사회에 남기는 것 · 순이익, 윈윈차익거래자
시장 가격의 잘못을 바로잡는다. 그레이엄의 말로는 "비관론자에게서 사서 낙관론자에게 판다".
사회에 남기는 것 · 가격 발견투기꾼
남들이 무엇을 사고팔지 맞히는 데 몰두한다. 가격이 맞는지도, 가치가 만들어지는지도 관심 없다.
사회에 남기는 것 · 합치면 0, 순비용중개인 · 마켓메이커
이 모든 거래가 이뤄지도록 돕는다.
사회에 남기는 것 · 시장을 돌리는 비용인덱스 = 네 부류의 평균. 대부분은 한 부류가 아니라 넷이 조금씩 섞인 사람이다. 인덱스는 정확히 그 평균이다.
가치투자자는 두 가지를 노린다. 올바른 가격 발견, 그리고 시간이 걸리는 가치 창출. 그레이엄이 차익거래 쪽에 가까웠다면, 버핏은 차익거래 가격을 활용하되 주로 가치 창출 쪽이었다.
투기꾼은 정의상 가치가 바뀌거나 만들어질 만큼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러니 번 돈과 잃은 돈을 합치면 거의 0이고, 사회 전체로 보면 시장을 돌리는 데 드는 비용이다. 중개와 마켓메이킹도 비용이다. 애초에 시장이 존재하는 이유는 남는 저축을 생산적인 기업에 보내 경제를 복리로 키우는 데 있다.
그럼 투기는 왜 붙어 있을까. 인간 본성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버핏은 주식시장을 '카지노가 딸린 교회'라고 불렀다.
"교회는 가치가 만들어지는 곳이고, 카지노는 일종의 건축 허가 조건 같은 겁니다. 인간 본성 때문에 치러야 하는 필요 비용이죠. 400년 전 사람들의 야성적 충동을 끌어내려고 만든 장치가, 400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이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리 루
그래서 선택이 필요하다. 개인은 제로섬 게임을 할지 가치 창출 게임을 할지 골라야 하고, 사회는 카지노가 교회를 집어삼킬 만큼 커지지 않도록 비율을 조절해야 한다. 거대한 호황과 불황, 엄청난 낭비를 400년 동안 겪고도 이 장치가 살아남아 사회를 앞으로 밀어 왔다는 건, 그의 말대로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제 AI다. 리 루는 산업혁명 이후 수백 년 동안 기술의 물결이 이어졌고, 그때마다 창조적 파괴가 있었다고 말한다. 물결은 매번 다르지만 이번은 유난히 다르다. 변화의 속도와 규모, 그리고 꼭대기에 몰리는 재무적 충격까지 전부 전례가 없다.
왜 다를까. 지금까지 기술은 인간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였다. 그런데 이번 기술은 도구와 '피조물' 사이의 스펙트럼 위에 놓여 있고, 점점 피조물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도구에서 피조물로 — 리 루가 그린 스펙트럼
단계를 눌러 보세요. 점선 테두리(⑥~⑧)는 리 루가 소개한 실리콘밸리의 서사다.
1 · 튜링 테스트 약 4년 전
언어만으로는 상대가 기계인지 사람인지 더는 구별할 수 없게 된 순간. 이번 물결은 여기서 시작됐다.
서사의 종착점은 이렇다. 사람 없이 스스로를 개선하는 RSI를 지나 AGI, 그리고 개인으로도 인류 전체로도 넘어서는 ASI에 이르면, 우리는 인간이 만든 반신(半神)을 창조하는 셈이다. 그토록 강력하니 경제적 효과도 클 수밖에 없고, 그래서 모든 투자 비용이 정당화된다. 리 루는 비꼰다. 1조 달러짜리 IPO에 초대받는다는 건, 거의 '신의 IPO'에 참여하라는 초대라고.
그리고 묻는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인간은 어떻게 되나. 극소수만 접근하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누구도 통제하지 못하는 '인간이 만든 신'이 군림하는 사회. 그런 데서 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답은 단호한 '아니오'다. 그러니 결과는 둘 중 하나다. 기술이 애초에 그쪽으로 가지 않거나, 간다면 인류가 힘을 합쳐 막거나. 어느 쪽이든 인간이 만든 신이 인간 사회 위에 군림하는 일은 없다.
리 루의 잠정 정의
막대한 연산과 영리한 알고리즘으로, 인간이 만든 모든 데이터 속 거의 무한한 변수들 사이에 체계적·맥락적 상관관계를 세우는 기계. 인간 데이터의 1차 도함수.
그 과정에서 인간의 추론과 지능 상당 부분을 갖추게 됐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더 잘 돌아가는지는 알지만, 왜 돌아가는지는 잘 모른다 — 인간이라는 기계를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렇다면 쓸모 있는 기술인가. 그 답도 단호한 '예'다. 다만 어디에 쓸모 있는지가 중요하다. 리 루는 경제를 네 층으로 나눈다.
경제의 네 층 — AI가 닿는 곳
위험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도구와 피조물 사이의 균형은 이미 기울기 시작했다. 사람이 빠진 RSI는 매우 위험하다. 스스로 목표와 하위 목표를 세우면서 인간의 통제에서 점점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레드라인을 긋는다. 학습이든 활용이든 반드시 사람이 개입하는 구조로, 피조물이 아니라 도구 쪽에 단단히 묶어 둬야 한다고. 고용부터 정서적 의존, 사이버·바이오·핵 위험까지 파괴력도 크다.
비용 구조도 다르다. 인터넷 같은 이전 기술은 한 번 크게 투자하면 오래 나눠 갚을 수 있었다. AI는 그렇지 않다. 쓸 때마다 늘 추가 비용이 든다.
비용 곡선이 다르다
개념도 · 가로축은 사용량, 세로축은 누적 비용
인터넷형
한 번 크게 투자하고, 오래 나눠 갚는다
AI형
쓸 때마다 추가 비용이 붙는다
그러니 비용 대비 매출과 이익, 자본 수요와 재무 규율, 개발 속도, 사회가 견딜 수 있는 한도 — 이 너댓 겹의 고려가 속도를 조절할 것이다. 인간 사회는 계획대로 적응한 적이 없다. 큰 호황과 불황을, 어쩌면 여러 번 거치게 될 것이다.
진행자가 정리한다. AI가 왜 그런 답을 내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니 사람이 검증해야 한다. 그러면 AI의 산출물을 감독할 수 있는 사람의 기술이 희소해지고, 초과이익은 그쪽으로 간다. 자기 분야에서 AI 없이도 똑똑하게 생각하고 잘 소통하는 사람이 희소 자원이 된다는 것. 리 루의 답은 짧다. "대체로 그렇습니다."
진행자가 학생들에게 늘 보여 준다는 그래프가 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의 몸값을 GDP로 나눈 값이다. 전통적으로 2~4%를 오가던 이 숫자가 엔비디아에 이르러 약 15%가 됐다. 세계가 기술의 최전선을 미는 소수 기업에 기대고, 밸류에이션은 그 때문에 완전히 뒤틀렸다. 이런 시장에서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지켜야 하나.
시가총액 1위 기업 ÷ GDP
리 루의 첫마디는 담담하다. 시장은 늘 이상한 짓을 한다. 처음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때그때 시장이 정한 대로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 그레이엄이 남긴 가장 중요한 통찰이다.
그는 최근 읽은 한 투자설명서를 극단적인 예로 든다. 스스로를 '연구소'라 부르는 회사가 이미 수백억 달러를 태웠고 앞으로 수천억 달러를 더 태우겠다고 한다. 세상을 바꿀 기술을 약속하면서, 동시에 모두를 죽일 확률이 10%쯤 된다고 적어 둔다. 그러고는 2조 달러 가치로 최소 1,000억 달러를 넣으라고 모두를 초대한다는 것이다. "둘 다 참일 수는 없습니다." 시장이 얼마나 비합리적일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장면이고, 이런 상태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신호다. 리 루는 회사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S&P 500도 긴 호흡으로 보면 이상한 짓을 한다. 2010년 이후 16년 동안 연평균 14~15%를 벌었다. 그 직전 2000~2010년의 10년은 정확히 0, 사실은 약간 마이너스였다. 26년을 합치면 '높은 한 자릿수'. 장기적으로는 대략 맞는 숫자다.
1달러의 26년 — 잃어버린 10년과 화려한 16년
리 루가 말한 구간 평균(0%, 그리고 연 14~15%의 중간값 14.5%)을 매년 똑같이 적용한 개념 경로
왜 높은 한 자릿수가 '맞는' 숫자일까. 리 루의 셈법은 단순하다.
이것이 시장이 장기적으로 '받을 만큼 주는' 기준선이다. 다만 그 사이사이, 때로는 아주 오랫동안 시장은 극단으로 간다.
그리고 극단에는 반대편이 있다. 어느 순간에도 새로운 자본이 갑자기 엄청나게 생겨나지는 않는다. 돈이 압도적으로 꼭대기로 몰리면, 그 반대편에서 멀쩡하고 훌륭한 기업들이 아주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어디든 같다. 중국은 아마 더 극단적이다.
돈이 몰린 꼭대기
소수 기업에 자금과 상상력이 쏠린다. 큰 기술 물결일수록 상상의 여백이 넓어지고, 과장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그 반대편
멀쩡하고 훌륭한 기업들이 아주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합리를 지키는 사람에게는 다른 때보다 나은 기회의 집합.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시장의 무게가 투자자의 장기 수익을 결정한다. 결국 받을 만큼 받는다. 공짜 점심처럼 보이는 시기가 길게 이어져도, 더 긴 시간 앞에서는 시장 스스로의 합리화가 저울질한다. 그래서 그는 이 양극화가 합리적인 사람에게 다른 때보다 더 나은 기회를 준다고 본다. 물론 합리를 지키기는 어렵다. 쉽게 휩쓸린다. 기술의 물결이 클수록 투기는 더 활발해진다.
진행자는 홍콩 강의를 마치고 막 돌아온 참이다. 부동산 붕괴와 은행 위기,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들. 지금 중국 투자를 어떻게 봐야 하나.
리 루는 10년 전으로 돌아간다. 중국은 중진국 수준에 올라섰다. 문제는 거기서 어떻게 벗어나느냐였다. 수십 개 나라가 그 단계에 올랐다가 40~50년째, 어떤 나라는 그보다 오래 머물러 있다. 이름까지 붙었다. 중진국 함정. 공업화는 했지만 저·중급 제조업의 천장을 끝내 뚫지 못하는 상태다.
천장을 뚫기 위한 10년
수많은 나라가 실패한,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에는 깊고 무거운 비용이 따른다. 리 루가 보기에 지난 5년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짊어진 건 중산층 가계의 대차대조표, 곧 가계의 재산이었다.
2021년 부동산 가격이 정점을 찍었을 때, 전형적인 중국 중산층 가계는 순자산의 70%를 집에 묶어 두고 있었다. 그 집에는 약 50%의 대출이 끼어 있었다. 이후 5년 동안 전국 평균 집값은 약 40% 떨어졌고, 가계 재산은 평균 60~70% 줄었다. 집값보다 재산이 더 많이 빠진 이유는 대출이다.
집값이 빠지면 재산은 얼마나 빠지나
리 루가 든 전형적 가계(순자산의 70%가 집, 집값의 50%가 대출)를 순자산 100으로 놓고 계산했다. 막대를 움직여 보세요.
집값 −40% → 집 순자산 −80% → 총 순자산 −56%
재산이 반 토막 이상 나면 사람들은 세 가지를 한다. 덜 쓰고, 더 저축하고, 할 수 있는 만큼 빚을 갚는다. 중국 중산층이 지난 5년 동안 정확히 그렇게 했다.
≈ 0
내수 증가율 — 해마다 느려져 지금은 거의 0
165조 위안
저축 예금 — GDP의 약 120%. 아마 세계 최대 규모
0 안팎
물가 — 2~3년째 제자리이거나 소폭 마이너스. 미래에 대한 자신감 문제로 번졌다
−70%
부동산 연간 신규 판매 — 리 루의 어림
그게 경제의 한 층이다. 다른 층은 전혀 다른 그림이다. 리 루에 따르면 중국 제조업은 마침내 저·중급을 벗어나 중·고급으로 확실히 올라섰다. 「메이드 인 차이나 2025」의 목표는 하나도 빠짐없이 달성됐고, 병목 기술의 자립도 지난 5년 사이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그는 미국 주도의 기술 제재가 중국 반도체 산업엔 오히려 "하늘이 준 선물"이 됐다고 말한다. 시장경제에서 가장 귀한 것, 수요를 줬기 때문이다. 기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물으면 누구나 주문장이라고 답한다. 매출이 생기면 이익이, 연구개발이, 개선이, 다시 더 많은 매출이 따라오는 바퀴가 굴러간다. 그의 진단으로는 성숙 공정에서 장비와 생산 모두 거의 완전한 자립을 이뤘고, 첨단 공정도 몇 가지 핵심 재료만 남긴 채 자립에 다가서고 있다.
생성형 AI는 여기서 거대한 평준화 도구가 된다. 필요할 때 대규모로 지능을 뽑아내는 능력, 특히 코드 생성 덕분에 마지막 병목이던 운영 소프트웨어 계층이 메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PC부터 서버, 엔비디아의 반도체 소프트웨어 체계(CUDA)까지 하나씩 대체되는 중이다. 신에너지,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 저장, 중장비 같은 분야에선 이미 세계를 이끈다.
약 10조 위안이 자리를 옮겼다
부동산
연간 신규 판매 약 70% 감소
제조 고도화 · 기술 자립
해마다 약 10조 위안 투입
리 루는 이것이 지난 50년 중국 발전 모델 그 자체라고 말한다. 대략 10년마다 새 목표가 생기고, 무거운 비용이 따른다. 그리고 다음 10년엔 그 목표가 비용이 되기도 한다.
목표가 비용이 되는 50년
"투자자든 기업가든 늘 알고 싶어 하는 게 있습니다. 내가 목표인지, 비용인지. 국가 목표의 비용이 되는 건 전혀 즐겁지 않거든요."
리 루
그 덕에 중국은 수백 년의 발전을 40년 남짓으로 압축할 수 있었다. 성적을 매기자면, 이만한 덩치와 인구를 가진 나라가 마침내 완전한 근대화의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대가로 2층 경제, 전반적인 자신감 상실, 10년째 제자리인 금융시장이 남았다. 그 사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훌륭한 기업들이 아주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또다시 양극화다. 리 루의 결론은 같다. 전체 그림을 보는 소수의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지금 시장에서 다른 때보다 나은 기회를 찾을 것이다.
마지막 질문은 세계 질서다. 리 루가 히말라야를 세운 1997년, 진행자도 시카고대에 젊은 조교수로 부임했다. 그때 세상은 열려 있었다. 국경을 넘어 어디든 다닐 수 있었고, 어떤 너그러움이 있었다. 지금은 사뭇 다르다. 앞으로 세상은 어디로 가며, 그걸 투자에 어떻게 반영하나.
리 루는 질서를 두 겹으로 나눈다. 위에는 정치 질서가 있다. 두 차례 세계대전 끝에 미국 주도의 질서가 섰고, 냉전과 그 종식을 거쳐 하나의 질서가 됐다가, 지금 다시 무언가로 바뀌는 중이다. 이런 질서는 수십 년, 때로는 100년에 걸쳐 천천히 바뀐다. 그 아래에는 수백 년 동안 꾸준히 형성돼 온 경제 질서가 있다.
두 겹의 질서
정치 질서 흔들리는 중
두 차례 세계대전 → 미국 주도 질서 → 냉전과 그 종식 → 단일 질서 → 지금 다시 전환 중. 무엇이 나올지는 아직 모른다.
경제 질서 단단함
더 많은 나라와 사람이 같은 시장에서 거래하며 수백 년간 형성됐다. 약 30년 전 소련 붕괴와 냉전 종식으로 사실상 모든 나라가 하나의 시장에 들어왔다. 한번 생기면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렵다.
공동 시장에서 효율이 나오고, 기술과 분업과 자원 교역이 맞물린 지속적 개선의 플라이휠이 나온다. 그러니 어느 나라든 오래 빠져 있으면 대가가 크다. 무역 장벽을 아무리 세워도 사람들은 비교우위를 따라 제3국을 거쳐서라도 거래할 길을 찾는다. 미·중 직접 교역은 물론 줄었다. 하지만 미국과 멕시코·아세안의 교역이 그만큼 늘었다. 사실상 미·중 교역은 그대로이고, 제3국을 거쳐 갈 뿐이라는 게 리 루의 설명이다.
막으면 돌아간다
정치 질서에서 가장 큰 변화는 두 가지다. 80년 동안 세계를 이끌며 공동 시장이 돌아가는 비용을 대부분 떠안아 온 미국이, 비용에 비해 얻는 게 적다고 느끼고 일부 책임에서 스스로 물러나고 있다. 그의 표현으로는 "아직까지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게". 그리고 중국의 부상. 제조와 기술 자립을 함께 갖추고, 단일 규제로 묶인 세계 최대의 열린 시장이 됐다.
그런데 서로에 대한 의존은 줄기는커녕 늘었다. 그는 청중에게 퀴즈를 낸다. 생성형 AI에 모두가 필요로 하는 건 반도체다. 반도체를 만드는 나라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무엇일까.
전부 젓가락을 씁니다.
예외가 없다고 그는 말한다. 미국 반도체 회사를 이끄는 사람들도 그렇다. 젠슨 황, 립부 탄, 리사 수, 혹 탄. "이 기술에 지금처럼 베팅한다면, 젓가락 쓰는 사람들에게 잘해야 합니다."
옮긴이 메모: 농담 섞인 과장이다. 미국·유럽·이스라엘에도 반도체 공장이 있다. 요지는 첨단 반도체 공급망이 동아시아에 몰려 있다는 것. 청중석에서 인도 얘기가 나오자 그는 '제조(팹)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미·중 정상이 8개월 사이 네 번의 만남을 잡을 만큼 서두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웃으며 덧붙인다. 매 회담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다음 회담 날짜를 잡는 것이라고. 이른바 '전략적 안정'이다. 안정 그 자체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 사이 모두가 거침없이 경쟁하고, 저마다 시간은 자기편이라고 믿는다. 중국은 반도체 자립의 완성을, 미국은 AI의 돌파를 기대하면서.
정치 질서는 바뀌고 있고, 무엇이 나올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더 영구적인 것, 하나의 세계 공동 시장은 남는다. 그래서 투자자에게 주는 의미는 다시 여섯 번째 원칙으로 돌아온다. 부는 전 세계 구매력에서 내가 차지하는 지분율이다. 역동적인 나라의 훌륭한 기업을 유리한 가격에 사서 오래 보유하며, 그 몫을 지키고 키우는 것.
"버크셔는 지난 60년 동안 그 교회를 거대한 대성당으로 지었습니다. 사람들이 위안까지 얻는 곳으로요. 시장이 존재하는 이유를 제대로 해내니까요. 우리가 30년 동안 증명하려던 건, 그 복음이 퍼질 수 있다는 겁니다. 다른 나라에도 교회를 세울 수 있다는 거죠. 우리는 아시아와 다른 지역에 짓기로 했습니다. 그중 몇은 대성당으로 자랄지도 모릅니다."
리 루
그리고 다시 학생들에게 돌아온다. 이 시장에서 무엇을 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한쪽에는 윈윈과 사회적 순이익이, 다른 쪽에는 제로섬과 사회적 순비용이 있다. 기술은, AI를 포함해, 대체물이 아니라 도구로 남을 것이다. 사람을 대체하려 든다면 우리는 모두 힘을 합쳐 '인간이 만든 신'에 반대할 것이다. 그러니 그의 말대로, '반신(半神)의 IPO'라는 투자설명서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
진행자는 질문을 짧게 하라며 "길면 끊고 째려보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질문은 서너 개씩 한꺼번에 쏟아졌다. 리 루는 그걸 다 받아 하나씩 풀었다. 요지만 옮긴다.
실리콘밸리가 AI에 던지는 근본 질문은 "이 기술이 또 뭘 할 수 있지?"다. 그래서 여전히 스스로를 '연구소'라 부르고 '프런티어'라는 말을 쓴다. 중국 AI 기업들도 그게 궁금하지만, 그보다 먼저 묻는다. "이 기술이 내 고객, 소비자와 기업 고객에게 뭘 해 줄 수 있지?" 리 루는 접근이 이렇게 다르고, 여러 지표에서 그 차이가 결과로 드러난다고 본다.
시기마다 강조점은 다르다. 그런데 가계와 국가의 대차대조표에서 부동산 비중이 줄어든다면 — 실물 가치가 있으니 영원히 떨어지진 않겠지만 — 그 자리를 무엇이 채워 국민과 가계의 부가 될까. 오늘이든 다른 때든 언젠가는 주식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답이다. 경제와 함께 자라고, 경제 덕분에 자라며, 경제가 자라는 이유이기도 한 유일한 자산. 셋이 하나의 플라이휠로 맞물려 있다.
그 시점의 국가 목표를 이해하고, 역사와 지금까지의 기록을 검토하는 것. 그는 이것이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미국에도, 다른 많은 나라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세상은 여전히 주권국가 단위로 조직돼 있고, 그게 우리가 사는 현실이다.
"모든 지적인 투자는 가치투자입니다." 낸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얻고 싶은 거니까. 내는 건 가격이고, 얻는 건 가치다. 쇠퇴하면서도 현금을 듬뿍 돌려주는 사업이든, 빠르게 크는 회사든, 이길 확률은 작고 질 확률은 커서 여러 개에 나눠 거는 베팅이든, 결국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하는 같은 수학이다. 달라지는 건 적용, 곧 각자의 능력 범위다.
에너지·운송, 제조, 통신, 지식 서비스 — 이 네 층이 사실상 경제 전체이고, 모든 층에 응용이 있다. 지금 AI의 제약은 칩에서 전력, 노동력까지 이어지며 기후에도 영향을 준다. 하나하나가 따로 깊이 분석해야 할 주제라며 그는 말을 아꼈다.
답은 아주 짧았다. "아무 생각도 안 합니다." 결국 저절로 사라질 것이고, 그래도 괜찮다고. 그가 보기에 통화는 그 뒤의 강제력이 있어야 결제 수단이자 부의 저장 수단이 된다. 누군가 차고에서 만들어 낸 것으로는 안 된다. 범죄와 불법 거래를 도운 만큼 금지하는 편이 낫다고 보지만, 어떤 화가의 그림에 값을 매기듯 개인 취향으로 모으는 건 자유라고 했다.
사람들은 다 갖고 싶어 한다. 윈윈을 하겠다면서 좋은 숫자를 매년, 가능하면 매 분기, 매달, 매일, 매시간 보고하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면 곧 투기꾼이 됩니다." 시장이 나를 가르치려고 있다고 믿든지, 섬기려고 있다고 믿든지, 하나만 고를 수 있다. 둘을 섞고 싶다면 차라리 인덱스가 낫다 — 네 부류의 평균이니까.
이 일을 업으로 하려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곁에 남아 줘야 한다. 그리고 인간 본성을 조금 거스르는 기질이 필요하다. 남이 동의하든 말든, 논리와 사실이 그렇다니까 내가 옳다고 믿는 돌연변이 같은 유전자. 그런 심리가 아니라면 시도도 하지 말라고 그는 잘라 말한다. 가장 큰 펀드를 갖겠다는 욕심과 함께 갈 수는 없다. "결국 받을 만큼 받는 겁니다."
가치투자자를 다른 투자자와 가르는 특징은 하방 보호에 쏟는 엄청난 주의다. 미래는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으니, 아는 것에만 투자한다. 그는 20대에 아는 게 별로 없어 그레이엄이 가르친 대차대조표부터 했다고 한다. 이해하기 쉬웠으니까. 그리고 단순한 것에서 덜 단순한 것으로, 복잡한 것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능력의 범위는 경계를 아는 것만큼이나 의식적으로 조금씩 넓혀 가는 게 중요하다. 10년마다 돌아보면 너무 많이 배워서 거의 다른 사람이 돼 있다고.
그는 질문의 뜻을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러고는 이렇게 답했다. 구조적으로 미국과 중국은 같다, 그게 인간의 구조니까. 변화는 우리가 늘 상대해야 할 유일한 상수이고, 운과 불운과 기회는 늘 각자의 몫이 있다.
한 질문자가 묻는다. 예순에도 질문 세 개를 한꺼번에 받아 뉘앙스까지 기억하는 비결이 뭐냐고. 진행자는 '마사 스튜어트 코너'냐며 웃는다. 리 루의 답은 결국 처음 이야기로 돌아온다.
"지식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복리로 쌓을 수 있다면, 결국 자본도 복리로 불릴 수 있습니다."
리 루
윈윈의 길을 택하면 능력과 지식, 어쩌면 건강까지 복리로 쌓인다. 수명은 몰라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기간은 늘릴 수 있다. 계속 흥미롭고, 사회에 도움이 되고, 사회에서 빼앗지 않으니까. 제로섬의 문제는 오늘 배운 게 내일이면 쓸모없다는 것이다. 쌓이지 않는다. 그러면 점점 비인격적인 것에 기대게 되고 — 더 큰 컴퓨터, 이제는 AI — 언젠가는 대체된다. 그래서 그는 '사람이 개입하는 구조'를 좋아한다고 했다.
스승이자 파트너였던 찰리 멍거가 늘 강조한 건 관계였다. 가장 높은 차원의 관계는 '마땅히 받을 만한 신뢰'로 촘촘히 엮인 그물이라고. 리 루는 거기에 삶을 생산적으로, 사회에도 윈윈이 되게 사는 철학이 다 들어 있다고 말한다. 느릴 수 있다.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천천히, 확실하게, 가야 할 곳에 닿는다.
그는 히말라야의 기록이 천재적이라고 느낀 적이 없다고 했다. 운 좋은 일이 정말 많았다고. 그래도 올바른 파트너, 올바른 접근, 올바른 사람과 일을 고르면, 시간이 흐르며 복리가 놀랍게 작동한다.
복리의 기본 아이디어는 이미 가진 것을 잃지 않는 겁니다. 지식도, 신뢰 관계도, 지혜도, 건강까지도.
리 루
덮으며
블룸버그와 리 루는 같은 풍경을 다른 자리에서 본다. 블룸버그는 패시브 투자자의 자리에서 "당신이 산 건 생각보다 쏠린 베팅"이라고 경고하고, 리 루는 가치투자자의 자리에서 "그 쏠림의 반대편에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둘을 겹치면 세 문장이 남는다.
01
MSCI 월드의 70%가 미국이고, 상위 종목의 지배력은 사상 최고다. 시가총액 가중은 그 자체로 하나의 결정이다. 패시브도 베팅이다.
02
1위 기업이 GDP의 15%, '반신의 IPO'라는 서사. 그 반대편에선 미국 안에서도, 중국에서도 훌륭한 기업이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합리를 지키는 사람에게 더 나은 기회다.
03
매 분기 좋은 숫자를 원하면서 윈윈을 할 수는 없다. 뒤처지는 시기를 견딜 자신이 없다면 인덱스가 낫다. 단, 속을 알고 사라.
30초 셀프 점검 0 / 5
체크할수록 '능동적인 패시브 투자자'에 가까워진다.
deAI 한 줄패시브를 버리라는 얘기가 아니다. 내가 산 '시장'이 무엇인지 알고 사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