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앞에서
던질 질문
- 빅파마의 말은 정보가 아니라 ‘그날의 입장’이다. MSD는 컨콜에서 PD-1×VEGF를 “지켜보겠다”고 했고, 2주 뒤 최대 33억 달러짜리 라이선스를 맺었다.
- 거절은 두 종류다. 이유가 ‘지금’(예산·파이프라인)에 있으면 Not now, 물질·전략에 있으면 Not this. 둘 다 유통기한이 있고, 길이만 다르다.
- 그래서 “언제 다시 뵐까요?” 대신 “무엇을 보시면 다음 단계로 가시겠어요?”를 묻는다. 돌아온 기준이 다음 미팅의 안건이 된다.
“지켜보겠다”던 MSD,
14일 뒤 33억 달러
2024년 10월 31일 MSD 3분기 실적 콜.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가 MSD 연구소(MRL) 수장 Dean Li에게 가시 돋친 질문을 던졌다. 중국발 PD-1×VEGF 이중항체 데이터를 어떻게 보느냐, 그 타깃을 검토해 본 적은 있느냐.
가시가 있었던 이유는 분명했다. 아케소의 이보네시맙이 MSD의 간판 키트루다와 정면으로 붙은 3상에서 이겼고, 무진행생존기간(PFS)이 두 배 가까이 길었다. Dean Li는 길게 답했다. VEGF는 중요한 축이고, MSD도 이미 상당히 투자해 왔으며, PFS 개선이 전체생존(OS)으로 이어질지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고. 곧이곧대로 들으면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뜻이었다.[1]
“지켜보겠다”(10.31)에서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11.14)까지. 에버코어 ISI는 같은 날 “확신으로 돌아섰거나, 서밋에 대비해 보험을 든 것”이라고 짚었다.[6] 시장도 헤징인지 확신인지 끝내 단정하지 못했다.
각 시점을 누르면 자세한 내용이 열립니다.
2024.05아케소, HARMONi-2에서 키트루다에 승리 발표›
2024.09WCLC에서 중간분석 상세 공개 — PFS 11.14 vs 5.82개월›
2024.10.31MSD 3Q 컨콜 — “PFS가 OS로 이어지는지 지켜보겠다”›
2024.11.13바이오엔텍, 바이오테우스 인수 발표 (선급 8억 달러)›
2024.11.14MSD, 라노바 LM-299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 (최대 33억 달러)›
2026.09아케소, 중국 3상에서 OS도 키트루다 앞섰다고 발표›
10월 31일의 답은 그날의 입장이었고,
11월 14일의 계약은 그때의 결정이었다.
둘 다 제 날에는 옳았다. 모순으로 보였던 건, 말을 날짜 없이 ‘정보’로만 받아 적었기 때문이다.
거절에도
유통기한이 찍혀 있다
2026년 5월 보스턴 Fierce Biotech Week. MSD·다케다·입센에서 외부 물질을 발굴·평가하는 S&E(Search & Evaluation) 리더들이 ‘빅파마 거절의 속뜻’을 두고 한자리에 앉았다. 필자가 받아 적은 요지는 셋이다.
지금 맞지 않는다는 게 6개월, 12개월 뒤에도 맞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전략에서 한참 벗어난 게 아니라면, 한 번의 no를 끝으로 받아들이는 건 좋은 계획이 아니다.
우리가 패스한 걸 경쟁사가 가져가면 ‘저쪽은 지금 그럴 여력이 있구나’ 싶다.
패널 발언 요지 · 필자 기록을 바탕으로 의역
이유가 ‘지금’에 있다
- 들리는 말
- “당장은”, “올해는” + 파이프라인·예산 얘기. 다음을 기약하지 않는다.
- 유통기한
- 짧다. 경쟁사 딜이나 새 데이터 하나에 당겨지기도 한다.
- 다음 스텝
- 상대가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BD가 물어야 한다.
- 사례
- 2024.10.31 MSD의 답. 2주 뒤 딜.
이유가 ‘물질·전략’에 있다
- 들리는 말
- 물질 자체에 대한 지적, 혹은 전략과 결이 아예 다르다는 답.
- 유통기한
- 길다. 다시 찾아가도 같은 답이 돌아온다.
- 바꾸려면
- 데이터 패키지가 확연히 달라지거나, 판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 사례
- 슈뢰딩거 CEO의 AI 회의론. 3년 만에 번복.
거절의 유통기한 자
본문에 등장한 ‘No → Yes’ 전환까지 걸린 시간 · 로그 눈금(1주~5년)
- 12주 · MSD — “지켜보겠다”(Not now) → 라노바 딜. 경쟁 신호가 유통기한을 당겼다.
- 26~12개월 · S&E 패널 — “지금 아님이 6개월·12개월 뒤에도 아님은 아니다”. 일반적인 Not now의 감각.
- 33년 · 슈뢰딩거 — “과대광고가 클수록 더 세게 추락한다”던 CEO가 2026년 7월 AI 에이전트 번센을 내놓으며 “틀려서 이보다 기쁠 수 없다”.[8] AI도 시장도 달라졌다.
공개석상의 Not now는 대개 이렇게 들린다. 2025년 여름, PD-1×VEGF 이중항체를 두고 대형 제약사 임원들이 내놓은 답이다.[7]
누구도 선을 긋지 않았다. 파이프라인이 넓은 회사일수록 문을 완전히 닫을 이유가 없다. 패널이 “한 번의 no로 끝내지 말라”고 한 것과 같은 얘기다. 패널은 바이오텍 쪽에 반문도 던졌다. 빅파마가 쫓는 기회 중엔 보도자료가 나가지 않는 것도 있다는 걸 생각해 봤느냐고.
방금 들은 No, 어느 쪽인가
칼럼의 분류 기준을 그대로 옮긴 간이 해독기. 세 질문에 답해 보세요.
거절 이유에 “당장은 / 올해는” 같은 시간 표현과 파이프라인·예산 얘기가 붙었나?
이유가 물질 자체(데이터·기전·프로파일)를 겨냥했나?
상대의 전략과 결이 아예 다르다는 답이었나?
질문에 답하면 거절의 종류와 다음 스텝이 여기에 표시됩니다.
지도는 닫혀도
길은 남는다
2026년 봄, 일라이 릴리가 공식 파이프라인 페이지에서 임상 1상 프로그램을 내렸다. 그 자리엔 “Phase 1 projects are no longer disclosed.” 한 줄이 남았다. 파이프라인 페이지는 상대의 현주소를 읽는 첫 창인데, 그 창이 닫힌 셈이다.[9]
그래도 다 가려지진 않았다. Endpoints가 8월 ClinicalTrials.gov를 뒤지자, 아직 2상에 오르지 않은 릴리의 신규 후보가 30개가량 나왔다. 회사가 그려 준 지도는 사라져도 임상 등록·학회·논문·파트너십에 흔적이 남는다. 다만 새어 나오는 속도가 길마다 다르다.
흔적이 새어 나오는 속도
이벤트 발생 시점 = 0 · 가로축은 개월
그래서 상대의 ‘지금’은 우리 쪽 사정보다 저쪽 사정으로 먼저 바뀌기도 한다. 경쟁사가 비슷한 물질을 사 가거나, 새 임상이 등록되거나, 특허가 공개되는 순간이다. 그런 소식이 들릴 때마다 그날의 메모를 다시 꺼내 보라는 게 필자의 조언이다.
‘언제’를 묻지 말고
‘무엇’을 물어라
역설이 하나 있다. Not now로 보일수록 질문은 오히려 Not this 쪽으로 던져야 한다. 시간을 물으면 시간으로 답이 오고, 기준을 물으면 기준으로 답이 온다.
신호 주기를 익히는 루프
날짜 / 자리 : 2026-__-__ · 컨콜 / 파트너링 / 이메일 상대 / 직함 : 들은 말 (원문) : 그날의 사정 : 예산·파이프라인·경쟁사 동향·인사 이동 등 분류 : Not now / Not this 상대가 말한 기준: "무엇을 보시면?"에 대한 답 감시할 트리거 : 우리 데이터 / 경쟁사 딜 / 신규 임상 등록 / 특허 공개 다음 접점 명분 :
교차로 200미터 앞에서
빨간불이 곧 바뀔 걸 알아서 더 세게 밟는 날이 있고, 아무리 재도 각이 안 나와 자전거에서 내려 기다리는 날도 있다. 그런데 자주 오가는 길이라 신호 주기를 알고, 다리에 힘이 남아 있고, 운까지 따르는 날엔 발 한 번 내리지 않고 교차로를 지나간다. 필자는 딜의 타이밍도 그렇다고 말한다.
앞의 두 가지가 없으면, 불이 바뀌는 순간에도 교차로 한참 뒤에 서 있게 된다. — 칼럼의 마지막 문단 요지
투자자가 이 칼럼에서
가져갈 것
- 컨콜 발언엔 날짜를 붙여 읽는다. 빅파마가 “지켜보겠다”, “우선순위 아니다”라고 해도 그건 그날의 입장이다. 기술이전 기대 종목을 볼 때 발언 하나로 가능성을 지우지도, 키우지도 말 것.
- “관심 있다”도 Not now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파이프라인 넓은 회사는 문을 닫지 않는다. 진짜 신호는 말보다 트리거 — 경쟁사의 같은 계열 딜, 신규 임상 등록, 특허 공개 — 쪽에서 먼저 온다.
- 국내 바이오 IR에서 확인할 질문: 그 회사 BD는 상대에게서 ‘기준’을 받아 왔는가? 다음 데이터 이벤트가 그 기준과 맞물려 있는가? “글로벌 빅파마와 논의 중”보다 이 두 답이 더 많은 걸 말해 준다.
위 메모는 칼럼을 투자자 관점으로 옮긴 정리자의 해석이며, 필자의 주장과 구분됩니다. 특정 종목 추천이 아닙니다.
칼럼이 인용한 출처
- MSD 2024년 3분기 실적 발표 콜 전사본 (2024.10.31)
- Akeso — HARMONi-2 톱라인 발표 (2024.05)
- IASLC — WCLC 2024 이보네시맙 vs 펨브롤리주맙 발표
- MSD — LaNova LM-299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 (2024.11.14)
- BioNTech — Biotheus 인수 발표 (2024.11.13)
- Investor's Business Daily — 에버코어 ISI Umer Raffat 코멘트
- Endpoints — VEGF 이중항체 경쟁, 다음 수는 누가 둘까 (2025)
- Endpoints — 슈뢰딩거 AI 에이전트 번센 공개 (2026.07)
- Endpoints — 릴리 1상 파이프라인 비공개, 엇갈린 평가 (20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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