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생성형,
지방은 피지컬
한국은행이 국내 처음으로 AI를 생성형·에이전틱·피지컬 셋으로 갈라 17개 시도의 노출도를 쟀다. 결과는 한 줄로 요약된다. 지식노동을 건드리는 AI는 수도권에, 육체노동을 건드리는 AI는 비수도권에 걸려 있다. 그리고 지난 3년, 일자리는 그 지도대로 움직였다.
30초 요약 (TL;DR)
- 주장 · AI 유형을 가르면 지역 지도가 갈린다. 생성형·에이전틱 노출도는 서울·세종·경기, 피지컬 노출도는 경북·전남·충북·울산이 높다. 2023년 이후 생성형 고노출 일자리는 늘었는데 그 증가의 80.8%가 수도권이었고, 노출도가 높을수록 고용이 더 느는 관계도 수도권에서만 유의했다.
- 검증 · 저자들 스스로 "초기 징후이지 인과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20대는 수도권·비수도권 모두 고노출 일자리가 줄어 격차 확대가 뚜렷하지 않다. 수도권 고노출 일자리는 취업자가 늘었는데도 인력부족률이 여전히 높고 임금이 오르는 조짐이다. 전문성·경험을 갖춘 사람이 부족한 미스매치다.
- 액션 · 위험 3(집적경제 강화·피지컬AI의 지방 제조업 타격·AI준비도 격차)과 기회 3(암묵지 AI화·제조업 지식서비스화·균등화효과)이 맞선다. 정책 처방은 지역 서비스업 전문화, 제조업의 지식서비스화, 거점대학 AI 허브화. 투자 관점의 관전 포인트는 피지컬AI의 기술 도약 시점이다. 그 전에 지방이 기회요인을 잡느냐가 갈림길.
기술은 종종 불평등을 데려온다
신기술을 먼저 들이고 잘 쓰는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의 격차. 자동화는 자동화되지 않는 고숙련 노동의 몸값을 올려 소득 격차를 키우기도 한다. 2022년 말 생성형AI가 퍼진 뒤 "지역·기업·개인 간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한국은 출발점부터 기울어져 있다.


보고서의 질문은 하나다. AI 확산은 수도권 집중을 더 심하게 만들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완화하는 요인이 될 것인가. 답을 찾기 위해 세 단계를 밟는다. ① AI를 세 유형으로 나눠 직업별·지역별 노출도를 계산하고 ② 2023년 이후 취업자수·임금·인력부족률이 그 노출도와 어떤 관계를 보였는지 초기 징후를 살핀 뒤 ③ 위험요인과 기회요인을 나란히 놓는다.
생성형·에이전틱·피지컬 — 셋은 다른 노동을 겨눈다
이 구분은 학계 정설이 아니다. 엔비디아 젠슨 황이 2025년 1월 CES에서 제시한 뒤 산업계와 학계에 퍼진 틀이다. 보고서는 이 셋이 활용 방식도,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고 보고 각각 따로 노출도를 계산했다.
생성형 AI
학습한 패턴으로 텍스트·이미지·코드 등 새 콘텐츠를 만든다. 창작·요약·코드 생성. 지식노동을 보조하거나 대체. 노출도 산출은 ILO(Gmyrek 외 2025)의 직무 자동화 가능성에 IMF(Pizzinelli 외 2023)의 인간 보완성을 차감한 조정 노출도.
에이전틱 AI
최소한의 인간 개입으로 목표를 이루려 스스로 계획·판단하고 도구를 호출한다. 인지→추론→행동→학습 순환. 직무 하나가 아니라 업무흐름(workflow) 전체를 대신할 수 있는지가 기준(Gupta & Kumar 2026). 대인관계·법적책임·현장·예외처리가 필요하면 페널티.
피지컬 AI
센서로 현실을 인식하고 모터로 물리적 행동을 한다. 휴머노이드·자율주행차·드론. 육체노동을 대체. Frey & Osborne(2017)의 자동화 확률을 쓰되, 육체노동이 아니거나 통제되지 않은 환경(날씨·사람·자연 상대)이면 노출도를 낮춰 현실성을 높였다.
노출도는 "AI가 그 일을 자동화하거나 활용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다. 대체냐 보완이냐를 미리 가정하지 않는다. 실제 고용 효과는 산업 성장, 기업의 도입 방식, 지역의 AI 활용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값은 유형별로 0~1로 표준화돼 있어 유형 간 절대값 비교보다 순위와 분포를 보는 게 맞다.
산출 방법을 조금 더 — 참고 1 요약
생성형. 폴란드 6자리 직업분류의 직무 29,753개를 GPT-4·GPT-4o·Gemini Flash 1.5로 채점(0 자동화 불가, 1 완전 자동화)하고, 노동자 1,640명 설문으로 직무 2,861개를 검증한 ILO 지수가 뼈대. 여기에 O*NET의 업무 상황 11개와 직업 영역을 소통·책임·물리적 조건·중요도·정형성·기술 6요소로 묶어 보완성 지수 θ를 만들고, C-AIOE = AIOE × (1 − (θ − θmin))로 조정했다.
에이전틱. 벤치마크로 AI의 직무 수행 능력(CAP)을 평가한 뒤 인간 개입 필요성(COV)으로 깎는다. 지역별 AI 도입 속도(V)는 이 보고서에선 차이를 두지 않았다.
피지컬. 지각·조작, 창의력, 사회적 지능 3대 병목에 대응하는 O*NET 9개 변수(손가락 정교성, 좁은 작업공간, 독창성, 협상, 돌봄 등)로 702개 직업의 자동화 확률을 머신러닝으로 예측한 Frey & Osborne 값에, 비육체·비통제 환경 페널티를 얹었다.
사무직은 생성형, 관리자는 에이전틱, 기계조작은 피지컬
직업 대분류 9개로 보면 그림이 선명하다. 생성형은 문서·정보를 다루는 사무직·판매직·전문가에서, 에이전틱은 관리자에서 가장 높다. 에이전틱이 "직무 하나"가 아니라 "업무흐름 전체"를 겨누기 때문에 관리직이 올라온다. 피지컬은 장치·기계조작, 단순노무 순.

노출도 상위 직업 (중분류)
생성형 AI
- 회계·경리·통계 사무직
- 상담·안내·접수 사무직
- 기획·영업·인사 사무직
- 일반지원 사무직
- 통신·방문 판매직
- 금융 사무직
- 정보통신 전문가
에이전틱 AI
- 회계·경리·통계 사무직
- 영업직
- 상담·안내·접수 사무직
- 법률·행정 전문직
- 전문서비스 관리직
- 경영·금융 전문가
- 행정·경영지원 관리직
피지컬 AI
- 목재·가구·악기 기능직, 금속성형 기능직
- 금속·비금속 기계조작직
- 조리·음식서비스직
- 전기전자 기계조작
- 운전·운송 관련 기계조작
- 제조 관련 단순노무
유형끼리는 얼마나 닮았나
같은 방향. 생성형이 높은 지역은 에이전틱도 높다
약한 반대 방향
강한 반대 방향. 기계조작이 많은 지역은 에이전틱이 낮다
소분류로 내려가면 예외가 보인다. 데이터 전문가, 기획·마케팅 사무원, 회계·경리 사무원은 생성형·에이전틱 둘 다 높고(①사분면), 자동차 정비원·전기전자 설치수리원·건설 종사자는 둘 다 낮다(③). 판매·고객서비스 관리자, 연구·교육·법률 관리자는 에이전틱만 높고(②), 자재·생산관리 사무원, 방송 송출 장비기사는 생성형만 높다(④).
원본 산점도 3장 — 그림 4·5·6 (직업 소분류, 상관계수)



17개 시도에 지도를 그리면
지역별 노출도 = Σ(직업 i의 노출도 × 그 지역 직업 i의 취업자 비중). 결과는 이 보고서의 핵심 도표다. 붉은 막대가 수도권이다.


왜 갈리나 — 직업 구성이 다르다
지역별 노출도는 그 지역의 고용구조에 따른 잠재적 노출이지, 실제로 AI를 얼마나 쓰는지의 지표가 아니다. 수도권엔 사무직·판매직·전문가·관리자가, 비수도권엔 장치·기계조작·단순노무·서비스직이 상대적으로 많다. 그 차이가 그대로 노출도 차이가 된다.
보고서 본문 수치로 재구성(직업 대분류, 지역 내 취업자 비중 %). 왼쪽 4개는 생성형·에이전틱 고노출, 오른쪽 3개는 피지컬 고노출 직군.
원본 그림 9 — 유형별로 정렬한 직업 비중 (수도권 vs 비수도권)

산업으로 보면 — 탐색기
산업별 노출도는 그 산업의 직업 구성을 반영한다. 정보통신·금융보험·전문과학기술 같은 지식서비스업은 생성형 고노출 상위 3개 직업(사무·판매·전문가)이 90% 이상. 숙박음식·운수창고는 피지컬 고노출 직업(장치기계·단순노무·서비스직)이 대부분이다. 유형을 바꿔 보면 순위가 완전히 뒤집힌다.

고노출 일자리는 늘었다, 수도권에서
여기부터가 실증이다. 15~59세 취업자(60대 이상은 노인일자리 정책 영향이 커서 제외)를 노출도 상위 33% 고노출·중노출·저노출로 나눠 지수화했다. 2022년까지는 노출도와 취업자 변화 사이에 아무 선형 관계가 없었다. 2023년부터 달라졌다.


보고서 본문 수치로 재구성(만 명). 생성형은 2023년 이후 3년 누적, 에이전틱은 2025년 한 해. 비수도권 몫은 차감값.
회귀분석이 말하는 것
지역·직업·반기 패널(15개 지역 × 49개 직업, 2017상~2025하, 코로나 2020~21년 제외)로 "AI노출도 × 2023년 이후" 교차항을 추정했다. 계수가 양수이고 유의하면, 노출도가 높을수록 고용이 더 느는 관계가 2023년 이후 강해졌다는 뜻이다.
| 종속변수 · 핵심 계수 | 전국 | 수도권 | 비수도권 |
|---|---|---|---|
| 취업자 증가율 · 생성형 노출도 × 23년 이후 (β) | 0.048* | 0.063* | 0.044 |
| 취업자 증가율 · 에이전틱 노출도 × 25년 이후 (β) | 0.048 | 0.088 | 0.038 |
| 취업자 증가율 · 피지컬 노출도 (α) | −0.042** | −0.106*** | −0.024 |
| 임금 상승률 · 생성형 노출도 × 23년 이후 (β) | 0.005 | 0.028* | 0.000 |
| 임금 상승률 · 에이전틱 노출도 × 25년 이후 (β) | 0.006 | 0.040** | −0.002 |
표 4·5·6·7·8에서 발췌. 초록 = 유의한 양(+), 빨강 = 유의한 음(−), 회색 = 10% 수준에서 유의하지 않음. *, **, ***는 10%, 5%, 1% 유의. 지역·시간 고정효과 포함, 직업 기준 클러스터 표준오차. 229개 기초지자체로 강건성 점검해도 생성형의 양(+) 관계는 유지.
읽는 법은 단순하다. 수도권은 생성형 노출도가 0.1 오를 때 고용증가율이 1.0%p 오르는 관계가 2023년 이후 생겼고, 비수도권은 그런 관계가 통계적으로 없다. 에이전틱은 기간이 1년뿐이라 유의성을 못 얻었지만 수도권 계수(0.088)가 비수도권(0.038)의 두 배가 넘는다. 피지컬은 아예 부호가 반대다. 노출도가 높을수록 고용이 줄어 왔고, 이건 2023년과 무관하게 오래된 추세다.


20대는 다르다, 그리고 수도권은 사람이 모자란다
전연령에서 보인 "수도권 중심 고노출 일자리 증가"가 20대에선 나타나지 않는다. 생성형이든 에이전틱이든 20대 고노출 취업자는 수도권·비수도권 모두 줄었고 감소폭의 지역 차이는 미미하다.

왜일까. 단순 정보수집·정리 수요는 줄고 전문성·경험·연륜·사회적 역량 수요는 늘었는데, 대학을 갓 나온 청년이 그 역량을 갖추는 건 지역과 무관하게 어렵다. 대학교육이 여전히 전통적 지식 축적에 초점을 두고 있어 수도권 대학이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다는 게 저자들의 해석이다.
취업자가 늘었는데 사람이 모자라다
인력부족률 = 부족인원 ÷ (부족인원 + 현원). 2025년 중·저노출 일자리는 비수도권이 수도권보다 조금 높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했다. 그런데 고노출 일자리만은 수도권 인력부족률이 비수도권보다 여전히 높다. 고노출 취업자가 수도권에서 늘어났는데도 그렇다.


해석은 미스매치다. AI 활용·사업관리에서 전문성·경험·사회적 역량 요구 수준은 높아졌는데 그런 사람 공급이 충분치 않다. 그 결과가 임금이다.
임금 — 수도권 고노출에서 오르기 시작했다


왜 그럴까
저자들은 인과를 단정하지 않는다. 생성형AI가 본격화된 지 2~3년, 에이전틱은 1년이다. 대신 "직관적 해석"을 네 질문으로 내놓는다.
① 왜 노출도가 높을수록 고용이 늘었나
서비스 기업들이 AI를 노동 대체보다 정보처리 능력을 높여 시장을 넓히는 데 쓰고 있을 가능성. 산업별 노출도로 돌리면 전체 표본에선 유의하지 않고 서비스업 표본에서만 유의하다. 그리고 AI가 일부 직무만 자동화해 근로자가 나머지 직무에 집중했을 가능성. 업무흐름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대체할 만큼 고도화되진 않았다. 미래 어느 시점에 고노출 일자리의 축소 압력이 커질 가능성은 배제 못 한다.
② 왜 수도권에서만 강하게 나타났나
AI 활용도와 IT 인적자본의 지역 격차. 서울의 AI 활용기업 비율은 지방 대도시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그림 2). 같은 노출도의 직업이라도 서울에서 AI 활용이 활발해 시장 확대에 따른 고용 효과가 컸고, 비수도권 서비스 기업은 시장 확대가 더디거나 축소됐을 것. AI는 IT의 연장선이라 IT 인적자본의 수도권 집중도 요인.
③ 왜 20대에선 격차가 안 벌어졌나
전문성·경험·연륜·사회적 역량 수요가 늘었는데 대학 졸업 직후 청년이 이걸 갖추는 건 지역과 무관하게 어렵다. 대학교육은 여전히 지식·정보 축적 중심이라 수도권 대학이라고 AI 시대 역량을 길러내는 데 특별히 차별화됐다고 보기 힘들다.
④ 왜 고용이 늘었는데 인력부족·임금상승이 동시에 오나
고노출 직군은 관리직·전문가 비중이 높다. AI 확산 후 전문성·종합적 사고·사업관리·사회적 역량 수요가 올라갔는데 공급이 못 따라가는 미스매치. 경험·전문성에 대한 임금 프리미엄이 오를 가능성(Autor & Thompson 2025).
양극화를 키울 세 가지
아직 초기지만, 에이전틱AI로 지식노동의 대체·보완이 고도화되면 지식서비스의 지리적 쏠림이 심해지고, 다른 편에서 피지컬AI가 비수도권 일자리를 줄이면 격차는 양쪽에서 벌어진다.
위험 ① 지식·혁신 일자리의 수도권 집적경제 심화


생성형·에이전틱 노출도가 높은 지식서비스와 첨단 제조업은 집적 효과가 유독 크다. 중요한 암묵지일수록 고숙련 인재 간 대면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출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공간집중도(HHI)가 높다(생성형 0.218***, 에이전틱 0.128*). 다만 2023년·2025년 이후 집중도가 더 높아졌다는 유의한 증거는 아직 없다.

위험 ② 피지컬AI가 비수도권 주력산업을 때릴 때
생성형·에이전틱은 단기적으로 청년 고용을 일부 대체했을 순 있어도 노동시장 전반에 부정적이진 않았다. 피지컬은 다르다. 육체노동 일자리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미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돼 왔고, 자본투자로 노동을 대체해 수익성을 높이는 비즈니스 모델이 실현되고 있다. 개별 기업은 고용을 늘리기도 하지만 지역 단위에서는 대체로 전체 일자리가 준다(Acemoglu & Restrepo 2017).


피지컬AI의 병목은 물리적 데이터 축적, 감각·움직임의 세밀함, 돌발상황 대처다. 아직 LLM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 혁신으로 성능이 급등하는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로봇공학이 이 병목을 뚫는 순간, 제조·운수·숙박음식이 큰 몫을 차지하는 비수도권에서 고용 충격이 먼저, 그리고 크게 온다.
위험 ③ AI 준비도의 격차
디지털인프라, AI·일반 인적자본, AI·일반 혁신, AI 활용 6개 영역으로 지역별 AI준비도를 계산했다. 서울·경기가 압도적이고 충청권의 세종·대전이 그 다음. 회귀분석 결과 준비도가 높은 지역에서 생성형 노출도가 큰 산업일수록 고용증가율이 높았다(β 0.188*). 영역별로 쪼개면 AI 인적자본·일반 혁신·AI 활용 세 영역만 유의했다. 이 3개로 다시 줄 세우면 부산·대구 같은 지방 대도시 순위가 더 떨어진다.



그래도 지방에 열리는 세 가지
위험 세 개에 맞서는 기회 세 개. 모두 "아직 가능성"이지만, 논리는 구체적이다.
기회 ① 암묵지의 AI화, 그리고 제조업의 지식서비스화
생성형·에이전틱 AI가 실무에서 자주 틀리는 이유의 상당 부분은 인간의 암묵지가 AI와 공유되지 않아서다. 그래서 기업들이 암묵지를 코드화·문서화하고 전사적 조직기억(company-wide memory)을 쌓는다. 암묵지가 AI에 담길수록 혁신을 위한 협업 상대가 사람에서 AI로 바뀌고, 대면을 위해 수도권에 모여야 할 필요가 준다. 콘텐츠 기획·신제품 개발에서 AI가 부서 간 팀워크는 물론 감정적 교류까지 동료 못지않게 해낸다는 연구(Dell'Acqua 외 2026)가 근거다.
피지컬AI는 더 직접적이다. 지금까지 제조 대기업은 기획·연구는 수도권, 생산은 지방 공장이었다. 피지컬·산업용 AI가 고도화될수록 기획·R&D의 상당 부분이 연구실이 아닌 산업현장에서 일어난다. 대표 사례가 전방배치기술자(FDE)다. 고객 공장에 상주하며 현장 내부지식을 AI 제품에 녹이고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개발자. 제조기업 안에도 FDE에 상응하는 전문가가 늘 수 있다. 지방 공장이 단순 제조에서 벗어나 제품개발·공정개선이라는 지식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게 된다는 뜻이다.
반론 하나 — 디지털 트윈이 완벽해지면 오히려 더 집중될 수도 (각주 22)
조직기억과 디지털 트윈으로 제조공정이 가상공간에서 완벽히 재현되면 R&D가 현장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 더 집중될 여지도 있다. 다만 그 정도 가상화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고도의 가상화가 가능하다는 건 R&D가 서울이 아니라 어디서든(예컨대 부동산 가격이 낮은 곳) 가능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회 ② 균등화 효과 — 지역 서비스의 상향평준화
맞춤형 의료·헬스케어·예술·스포츠·PB 같은 개인화 서비스는 높은 가격, 정보 비대칭, 전문인력 부족이라는 공급 병목에 막혀 있다. AI가 이 병목을 풀어 접근성을 높이면 대기수요가 실수요로 바뀌면서 생산이 는다. 이 효과는 공급 제약이 컸던 비수도권에서 더 크다. 여기에 균등화 효과가 겹친다. 경험이 적고 교육수준·생산성이 낮은 근로자에서 AI의 생산성 개선이 더 크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론 생산성 제고엔 노동 대체가 따라온다. 그러나 사람을 직접 대하는 대면서비스를 완전 자동화하긴 어렵다. 자동화는 무결점을 전제하는데, 대면서비스 전 과정의 자동화는 오류 시 리스크가 공장보다 훨씬 크다(Acemoglu 2026). 안전·윤리·책임·신뢰관계처럼 인간 개입이 필수인 부분에서 노동수요는 지속된다.
기회 ③ 수도권 취업경쟁 심화, 청년 유출 완화
AI 확산 이후 청년 고용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나빠지는 가운데, 청년들의 수도권 내 취업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정보통신·전문서비스업의 20대 취업자 증감률을 코로나 직전(2017상~19하)과 생성형AI 이후(2022하~25하)로 나눠 보면, 2023년 이후 수도권-비수도권 격차가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 인구 감소 효과를 걷어내면 격차가 더 줄거나(정보통신), 비수도권이 수도권과 달리 소폭 증가했다(전문서비스).


지방이 기회를 잡으려면
"수도권은 전문 서비스, 지방은 저숙련 서비스"라는 구도가 굳지 않으려면, 지역이 AI를 전문성·생산성 제고의 도구로 쓸 수 있어야 한다. 처방은 세 개.
- 지역 서비스업 전문화 — AI 교육시스템 강화 + 혁신성장 지원AI와 보완적이거나 자동화가 어려운 직무 능력을 키우는 정부 주도 기술교육은 구직 가능성과 소득을 상당폭 올린다(Hyman 외 2026). 예술·스포츠·미디어, 청소·유지관리, 농림어업, 음식서비스에서 효과가 컸다. 개인·중소기업이 자체 재교육을 하긴 어려우니 정부·대학·공공기관·민간협회가 함께. 동시에 비수도권 영세 서비스업의 소규모 분산 지원은 오히려 혁신을 막고 재정 효율을 떨어뜨리므로, 자영업 금융지원은 공정한 역량평가에 기초해 선별적으로.
- 지역 제조업의 지식서비스화 — 주력 제조업 연계 서비스 특화 + 스타트업피지컬AI와 스마트제조는 제조의 서비스화를 가속하는데, 그 과실은 제조업 중심지보다 서비스업 중심지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Vasquez 외 2025). 스마트제조에 필요한 정보는 공장이 있는 지역에 고유하게 박혀 있다. 지역 주력 제조업에 특화된 R&D·마케팅·법률·특허·컨설팅 스타트업의 창업·성장을 지원하고, 테크노센터 같은 공공부문이 스타트업-제조업체 거래와 피지컬AI 솔루션 표준화의 중개 역할을 맡아야 한다.
- 지역 거점대학의 AI 허브화 — 선택과 집중을 통한 투자 확대AI 역량이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교육수준 일반이 아니라 AI에 특화된 인적자본이 중요하다(그림 26). 대학 인적자원이 산업계와 괴리되지 않고 지역 클러스터 안에 머물 때 실용적 혁신을 주도한다. 그런데 지원은 수도권에 극단적으로 편중돼 있다.
각주 27(한국연구재단 2025) 재구성. 서울대 = 100. 정부 지원금은 "절반에도 못 미침", 산업체 연구수익은 "20% 미만"이라 막대는 상한값이다.
누가 더 노출돼 있나 — 임금·연령·학력, 그리고 직업구조 변화
본문 밖 참고 자료 두 개도 그림이 좋다. 노출도를 사람 속성으로 자르면 생성형·에이전틱과 피지컬이 거울상이다.

참고 3 — AI 확산 이후 산업 내 직업구조가 실제로 바뀌고 있나 (그림 32·33)
Gimbel(2025) 방법으로 산업 내 직업구성의 누적 변화를 봤다. 코로나 전엔 노출도에 따라 다르지 않았는데, 2023년 이후 정보통신·금융보험·도소매 등 고노출 산업에서 직업 구성 변화가 갈수록 커진다. 지식서비스업 안에서 2022~25년 정보통신 전문가, 경영·금융 전문가, 법률·행정 전문직 비중은 오르고 회계·경리·통계, 상담·안내·접수, 법률·감사·행정 사무직 비중은 내렸다. 같은 산업 안에서 단순 사무직은 대체되고 숙련 전문직의 중요성은 커지는 방향이다. 2017~19년엔 일반 사무직 비중도 늘었으니 새로운 변화다.


이 보고서에서 가져갈 것
⚠ 위험 3
- 집적경제 강화. 지식서비스 71.9%·반도체 74.4%가 이미 수도권. AI투자-숙련노동 보완성이 순환을 세게 돌린다.
- 피지컬AI의 지방 타격. 제조·운수·숙박음식이 비수도권 일자리의 큰 몫. 병목이 뚫리면 충격은 비대칭.
- AI준비도 격차. 고용과 연결된 3개 영역(AI 인적자본·일반 혁신·AI 활용)으로 보면 지방 대도시도 밀린다.
✦ 기회 3
- 암묵지 AI화 + FDE. 대면·집적의 필요가 줄고, 피지컬AI 시대 R&D는 현장에서 일어난다. 지방 공장의 지식서비스화.
- 균등화 효과. 저숙련·저경험 근로자의 생산성이 더 크게 오른다. 공급 제약이 컸던 지방 서비스가 상향평준화.
- 청년 유출 완화. 20대 취업자 증감률 지역 격차 축소, 순유출률 2020년 정점 후 하락.
deAI 정리
- 지도는 이미 그려졌다. 생성형·에이전틱은 서울·세종·경기, 피지컬은 경북·전남·충북·울산. 이 지도는 노출 "가능성"이지 실제 "활용"이 아니다. 활용 격차(그림 2)가 겹쳐서 수도권만 고용이 늘었다.
- 지금 벌어지는 건 대체가 아니라 미스매치다. 수도권 고노출 일자리는 늘었는데 사람이 모자라고 임금이 오른다. 전문성·경험 프리미엄의 시대. 20대에겐 지역을 가리지 않고 힘든 구간이다.
- 시계는 피지컬AI가 쥐고 있다. 저자들도 "미래 어느 시점에 고노출 일자리 축소 압력이 커질 가능성은 배제 못 한다"고 썼다. 지방 입장에선 피지컬AI 도약 전에 제조업의 지식서비스화·서비스 전문화가 자리 잡느냐가 승부.
- 정책 처방의 공통분모는 '선택과 집중'. 영세 서비스업 분산 지원 대신 선별, 거점대학 몰아주기, 주력 제조업 연계 특화. 균형발전의 문법이 "고르게"에서 "거점으로"로 바뀌고 있다.